영월 더 한옥헤리티지 <선돌정>... 한옥의 문화를 압축한 헤리티지 공간

김수정 기자 / 기사승인 : 2025-08-26 11: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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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목재공간대전> 특별상 수상
자연과 인간의 의지가 어우러진 공간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국적 콘텐츠를 담는 한옥

 

태백시 외곽의 검룡소에서 출발한 한강의 발원지는 정선을 지나 영월에 이르면서 강물의 위세는 거칠어지고 형상도 위풍당당해진다. 한강의 물줄기는 동강과 서강으로 나뉘어 난맥을 형성하는 듯하지만, 결국에는 충주호를 거쳐 양수리에 이른다.

자연과 인간의 의지가 완성한 ‘선돌정’


 


큰 칼로 절벽을 쪼갠 듯한 형상을 이룬 곳으로 높이 70m 정도의 입석 선돌은 영월 방절리 서쪽 강가의 절벽을 이루고 있다. 신선암으로 불리며 푸른 강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가장 장엄하게 불 수 있는 곳에 더 한옥 헤리티지하우스 ‘선돌정’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과 전통의 조화를 탐색하는 더 한옥 헤리티지하우스의 여러 건축물 가운데 견고한 외관과 자연 풍광이 살아 숨 쉬는 수경 정원을 갖추고 고요한 명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곳이 바로 ‘선돌정’이다.


영월 한옥 건축 프로젝트는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좋은 한옥을 짓겠다는 건축주 조정일 회장의 의지에서 시작되었다. 오래 보존되는 좋은 한옥은 우리 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공간에 입히는 것으로 한옥 건축의 또 다른 의미다.

 

 

 


한옥을 잘 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조가 잘된 목재 수급이 우선이다. 컴퓨터 개발자 출신의 건축주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목재 건조용 장비를 개발했고 그 결과 마이크로웨이브 방식의 첨단 건조기술을 찾아냈다. 문화재 기준의 함수율 25% 보다 낮은 15%까지 가능하게 한 것은 세계적인 기술이 아닐 수 없다. 

 

원목의 심재까지 침투해 수분을 제거, 6개월이면 사용 가능한 이 기술이 아니었다면 원활한 공사가 불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자연의 풍경을 고스란히 실내로 유입시키기 위해 유럽산 최고급 투명 방충망, 단열을 위한 이중창, 창의 하중을 견디는 독일 특수금속 경첨 등의 개발은 한옥의 지속적 가능성 위해 빠뜨릴 수 없는 건축 요소들이다.

아름답고 럭셔리한 한옥 



‘선돌정’은 공통 지하에 지상 3동이 각기 쏟아 오른 건축 형태이다. 2층 한옥은 목재에서 우러나는 자연 그대로의 은은한 향이 손님을 맞이한다. 방문객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프라이빗 객실을 기본으로 두고 사방 어디를 봐도 자연 풍경의 도드라짐이 부족하지 않다. 어쩌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목재공간의 풍성함에 자못 위축될 정도이다. 별채, 안채, 히노키 욕조를 나오면 대청 라운지가 늠름하게 손님을 맞이하면서 차 한 잔과 함께 느슨한 대화의 장으로 이끈다.


2층 한옥의 외부에는 공연장과 수경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내부 공간의 깊이와 여유를 돈독하게 한다. 이 독립 한옥은 단독으로 사용이 가능한 구조로 최대 8명까지 수용한다. 각동에는 한식 실 2개와 라운지로 구성되는데, 객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중앙에 라운지를 구성하여 객실과 객실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를 최대한 유지했다. 주변경관을 고려하여 각 동마다 다른 배치와 건물 높이에 차등을 두어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실내로 고스란히 유입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내부는 패브릭과 원목, 최첨단 IoT로 제어되는 조명시스템으로 편리를 주고 센서에 의해 작동되는 여러 보조 기능들이 객실을 사용하는 동한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한 관리를 제공한다. 2층이 전통 한옥의 목구조가 특징이라면, 지하 1층에는 두 개의 사랑채, 욕실, 거실, 식당, 주방, 건식 사우나, 멀티미디어 룸, 프라이빗 실내 수영장이 배치되어 있다.


1층은 현대적인 해석을 기반으로 객실과 거실, 주방, 건식 사우나, 서재, 미디어룸, 와이너리 등의 편의시설이 기다리고 있다. 거실에서는 다양한 행사에 가변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고, 주방 시스템 가구부터 여러 공간의 요소들(쇼파, 의자, 조명, 펜던트, 소반 테이블 등)이 공간의 아우라를 풍부하게 한다. 곳곳에 한지, 한지발, 낙화, 낙동 등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와 공예적인 기법을 현대적 감성과 어우러지면서 공간의 풍부한 미감이 농도 깊게 연출했다.

 

 

사용한 재료를 열거하자면, 바닥은 원목 플로링, 대리석, 히노키루버로 자연감을 더했고, 벽은 적삼목, 한지(접합유리), 건식무늬목패널, 낙화접합유리, 대리석, 오크원목으로 미감을 주었다.천장은 적삼목, 건식무늬목패널, 오크원목, 미러스틸, 스타코도장으로 장식에 가까운 마감을 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국적 콘텐츠를 담는 한옥 



선돌정은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공연장, 전시공간과 결합하여 각별한 문화적 경험이 이루어지게 하는 곳이다. 전통한옥의 미학과 현대적 편리함이 촘촘하게 이어져 고즈넉한 감성이 충만하게 흐른다. 이는 단순히 하룻밤을 거쳐 가는 소비적 여행이 아닌, 우리 정서를 만끽하는 진정한 ‘한국의 공감각’을 만나는 공간이다. 외부의 공용 공간은 각종 행사가 가능한 지상 가든과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며 즐길 수 있는 실내외 인피니티 풀로 구성되어 있으며, 뒷마당에는 다양한 공연과 문화행사가 가능한 무대가 설치되어 단체 방문객들에게는 유용한 공간이다.

 


‘더 한옥 헤리티지 하우스’는 2024년 유네스코와 국제 건축가 협회가 주관하는 ‘2024 베르사유 건축상’ 호텔부문에서 1위를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한국인이 설계하고 건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종택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영월종택’에 이어, 성곽의 형태에서 영향을 받은 ‘선돌정’은 산과 능선, 강과 하늘이 접경하는 터에 기둥을 묻었다. 기존에 완성한 한옥 건물에 ‘호텔 영빈관’, ‘석정원’, ‘춘하정사’, ‘한국정원’등 총 18동의 한옥 호텔이 들어 설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한국에 한정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신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세계의 한옥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거대한 계획의 단서가 된다.

 

 


궁궐의 품격, 성곽을 모티브로 한 독특한 디자인, 수반 정원에서 내려다보는 압도적인 자연 경관은 그 자체가 한국적 헤리티지이다. 문화적 요소는 이 땅 어디에도 가득하다. 그러나 어느 누가, 야심찬 꿈과 창의적 능력으로 재구성하느냐에 있다고 한다면, ‘선돌정’은 이미 그 자체의 능력을 뛰어넘는 우리의 ‘한국 건축’이었다.

 


·선돌정 (영월군 남면 문개실길 37-150)
·건축설계: 더한옥 헤리티지 조정일
·건축시공: 더한옥 헤리티지
·인테리어 디자인: 리슨커뮤니케이션
·인테리어 시공: 디자인 안채
·사진: z studio 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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