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nnifer Lee: Traces展... 자연의 시간성에 순응하는 흙의 순례

편집부 / 기사승인 : 2025-11-09 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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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APMA 캐비닛에서 개최
2025.11.5.(수)부터 -12.05(금)까지 열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2018년 로에베 공예상 위너 수상

 

갤러리LVS가 영국 도예가 제니퍼 리 (Jennifer Lee) 의 국내 두번째 개인전을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APMA 캐비닛에서 개최한다.

제니퍼 리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2018년 로에베 공예상 위너를 수상했고, 버나드 리치(Bernard Leach), 루시 리(Lucie Rie)의 계보를 잇는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제니퍼 리는 슬로우 크래프트(Slow Craft)를 지향하고 있어 1년에 10-12점 내외의 작품만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의 작은 그릇은 계속해서 몇 번이고 반죽되고 성형되는 과정을 통해 오랫동안 만들어지며 이는 도자 그릇의 형태를 초월하여 한 인간의 경험과 역사가 어떻게 손으로 표현되는지를 흙, 물, 불의 자연적 재료만으로 보여준다.

제니퍼 리가 사용하는 흙은 30-40년간 직접 만들고 모아온 점토 아카이브에서 골라 사용되며, 이 흙 안에는 수많은 자연을 마주한 경험을 통해 채집한 유기 물질들이 섞인 채 긴 시간이 지나 고유한 반점,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1년 동안 반죽한 흙과 30년 동안 반죽한 흙은 시작의 순간에는 같을지라도 서로 다른 생을 살아 불을 만나는 순간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작품들은 ‘시간’ 그 자체다. 특히 2018년 로에베 공예상 위너 수상작은 30년 동안 숙성하고 반죽한 흙으로 만든 작품으로, 유한하고 한정적인 재료를 통해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무한한 세월의 흐름과 자연 변화, 장인 정신을 담아 화제가 되었다. 

 


제니퍼 리의 작품은 전통적인 도자 제작 방식인 핀칭과 코일링을 사용해서 손으로 형태를 쌓아 올려 만들어지며, 유약 대신 점토에 산화물을 섞어 도자의 색과 톤이 도자기의 표면과 내부에서 조화롭게 이어지도록 만든다. 손으로 점토를 꼬집어서 만드는 핀칭 기법과 점토를 층층이 돌려가며 쌓는 코일링 기법을 통해 점토에 섞인 산화물이 시간의 흐름과 손가락이 지나가는 자리, 코일링의 방향 등에 영향을 받아 색이 퍼지는 흔적이나 얼룩, 줄무늬를 직접 조절하여 그릇에 어울리는 무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든다.

각 흙이 섞이는 부분을 손으로 직접 밀어내고 당기는 과정에서 색이 번지고 띠 모양이 생기며 기물의 내외부가 마치 공명하듯 함께 움직여가며 고유하고 특별한 비대칭 모양으로 자리를 잡아가며 작품이 만들어진다. 흙과 물, 산화물, 불, 대나무 칼 등 원초적인 재료들과 손으로 빚어지는 전통적인 과정, 흙이 숙성되고 변화되는 시간의 흐름이 만나 단순히 눈에 보여지고 만져지는 기물이 아닌 자연의 지질적 감각, 장소의 기억과 경험을 그 안에 담아 보여주는 것이 이 작품의 본질이다. 

 


각 작품들은 모두 다른 시간을 살아온 흙으로 만들어졌고,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거나 투박하게 스크래칭하는 연마 과정을 통해 저마다 다른 무늬와 색을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작은 그릇들을 들여다보면 대지, 토양, 풍경, 광물, 퇴적층을 연상시키는 작업 과정과 형태를 느낄 수 있어 마치 지질 시료처럼 억겁의 세월 속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을 떠올리게 한다. 제니퍼 리의 작품은 V&A, 대영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LA카운티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시가라키 현대도예박물관 등 세계적인 기관에 소장 되어있으며 2021년 영국 왕실로부터 예술 분야의 공로를 인정받아 Order of the British Empire (OBE) 훈장을 수여 받았다. 

 


이전 전시는 27점의 도자 작품과 4점의 드로잉 작업을 선보이며 1980년대부터 2025년까지의 작업들을 망라하는 규모로 관람객들과 만난다.

전시는 APMA CABINET(아모레퍼시픽 본사 1F)에서 2025.11.5.(수)부터 -12.05(금)까지 열린다.

 

자료 제공: 갤러리L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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