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목조공간대전' 대상 수상작 < N작가주택>... 치밀한 디자인과 재료의 재구성

육상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5-08-26 10: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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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정이삭+홍진표 건축가 수상
대수선 공간의 새로운 기준 제시
치밀하고 준비와 시공이 이룬 쾌거

 

서울의 강북은 6~70년대의 후기 근대 주택건축이 단단하게 자리매김한 시대 건축의 이미지가 여전한 곳이다. 양옥이라는 이름하에 엇비슷한 건축이 도심에 마을을 이루었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연희동이다. 속칭 점잖은 분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데, 그래서인지 시류에 한 발 물러나 그간 변화의 조짐이 더디었다. 하지만 주택의 노후와 세대의 교체에 따른 변화의 물결이 이곳까지 밀려들었다. 하지만 번잡한 도로주변을 제외하고는 신축보다는 개축이나 대수선 쪽이 대세이다.

철저한 분석과 보완 

 

 

‘N작가주택’도 그 기운을 타고 3년 전 대수선에 시동을 걸었다. 예술가 부부가 10년간 살던 이 집은 1970년 준공한 50년된 구옥을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정이삭, 홍진표 두 건축가는 기존에 살던 방식을 유지하면서 새 삶의 방식을 찾기로 하고 1년 6개월의 설계와 7개월의 시공을 거쳐 작년에 완공했다.


주택은 연희동 궁동산 아래 좁은 골목을 끼고 있는 3-40평대 소형 필지 구역에 위치해 있었다. 기존에는 1층을 작업실 2층을 주거로 사용하였으며, 층간의 이동은 내부에 계단이 없어 골목의 계단을 이용했다. 리모델링 후에는 1층을 주거로, 층고가 높아진 2층을 작업실로 계획하였다. 

 

층간의 이동은 그대로 공공의 계단을 이용하도록 하였다. 외벽을 안으로 들여 외부에 마당을 조성하고, 마당에서 골목을 하나의 영역으로 연결해 마을의 골목까지 집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기존 주택의 익숙한 풍경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새로움을 더하는 이 방식은 내부 작업에서도 그대로 적용했다.

기존 쓰임을 유지한 채, 필요한 만큼의 늘이고 줄이고  



‘N작가주택’은 오랜 시간 여러 거주자에 의해서 무리한 구조적 변형이 있었다. 건물의 구조가 틀어지고 기울어진 기존 주택의 비정형 바닥과 벽체에서 정형의 田자 3차원 그리드를 찾아내, 기존 구조체의 성능을 보완하면서 증축 영역을 조성해 나갔다. 구조가 그대로 마감이 될 수 있는 재료를 찾는 과정에서 목구조를 택하게 되었고, 몸에 닿는 기둥은 목재로, 보는 금속으로 구조를 보강하였다. 기존 건물 마감 안쪽에서 구조를 신설하면서 내단열을 보강하였고, 내부의 구조체와 기존 외피 사이의 불규칙한 이격을 채워나갔다.

 


골목 풍경을 유지하기 위해 담벼락은 기존 것을 그대로 활용했다. 경사지에 계단형으로 조성된 윗집 주택의 조망을 해치지 않는 높이까지 다락을 증축하였다. 지하에는 습하고 물이 차서 사용하지 않던 방공호가 있었는데, 방공호가 있는 영역의 1층 바닥을 들어 올려 지하와 1층이 하나의 공간이면서 구분되도록 외부로 돌출, 툇마루 기능을 부가했다. 전망이 좋던 2층 발코니는 폭이 좁아 사용할 수 없었는데, 1층의 외벽을 안으로 들여 반 외부 마당을 만든 것처럼 2층 외벽도 적당한 폭의 발코니를 조성해 넓은 조망을 구했다.


특히 처마와 물받이는 증축부 목재 외장을 보호하는 동시에 기존 건물 외벽과 내부 목구조 사이의 이격부로 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한다. 또한 옆으로 내리치는 비를 대비하여 기존 외벽과 내부 구조체 사이의 불규칙한 이격을 단열로 채우고 추가하고 이격부의 측면과 상부면에 황동으로 물길을 만들어 빗물의 흐름을 차단했다.

일관된 질서를 위한 대수선 공간의 가치 



외벽은 구조적 성능을 고려하여 기존 지붕의 슬라브를 일부 남겨 테두리 보의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1층의 선홈통은 구조적 형상과 본래의 물처리 기능과 동시에 슬라브와 평상 등을 받치는 구조적 역할을 겸하게 했다. 무성의하게 덧댄 외단열 재료를 벗겨내고 본래의 재료를 드러냈고, 부족한 치장벽돌은 근처 재개발 현장에서 구해서 기존의 컬러와 맞추었다.


실내의 가구나 사소한 장치 등이 구조의 일부이자, 전체 시스템의 부분으로 안착되도록 노력한 점도 돋보였다. 1층 거실과 침실 사이의 선반은 목구조 기능을 보완하도록 금속 보를 받쳤고, 이동식 가구인 테이블도 선반과 디자인을 일치시키면서 결구법으로 제작하였다. 

 

특히 1층 바닥을 들어 올려 만든 평상은 건물의 기둥과 일체화되면서도 1층과 지하를 구분 짓고, 내·외부의 경계를 넘나든다. 2층 스튜디오의 그림 수납공간과 조명, 그리고 화장실은 목구조의 그리드의 질서 안에서 금속 부재를 삽입해 기능을 보완했다.

 

 


'N작가주택'은 전체 공사 중 목재의 양적 비중은 절반 정도이다. 구조재는 북미산 더글라스를 사용했고, 마감재로 사용한 소나무 계열의 햄록(무절) 루버는 오랜 시간 건조한 것으로 김포 소재 유림목재에서 구했다. 테이블, 선반, 수납가구는 금속 프레임에 라왕합판을 이용하여 결구법으로 제작했다. 목재의 선택은 컬러감이 유사해서 잘 어울리면서도 재료의 강도가 달라 쓰임에 맞게 사용할 수 있게 선정하였다. 

 

목재는 물이나 습에 취약하고 휨강도가 부족하지만 이는 설계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구조적 측면에서 별도 마감이 필요 없고 단열의 우수성, 시공의 용이성, 구조, 심미, 감성적 측면에서 목재는 가장 뛰어난 소재라 여기고 사용 빈도를 높이는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축주들이 결과에 만족하면서도 내구성과 유지 관리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집도 사람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연륜과 경험이 생겨 새로운 것들이 대체할 수 없는 멋스러움과 아름다움을 자아냅니다. 그러한 멋을 살리고 결핍을 보완하면 신축은 흉내 내기 어려운 감동적인 공간이 만들어지곤 하죠.”

정이삭, 홍진표 두 건축가는 오래된 건물이고 살릴 것이 없는 너무 평범한 건물이지만 그 이유 만으로 부수는 건 안 된다고 했다. 평범해 보이는 건 아직 가치가 발견되지 못했을 뿐 정말 평범한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대부분 리모델링이 신축보다 훨씬 더 풍성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건축 철학으로 'N작가주택'은 완성됐다.  

 


·  N작가주택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
· 설계 : 정이삭(동양대학교)+홍진표(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 시공 :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 사진 : 노경, 최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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