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빈 개인전 《산을 휘감는 가장 긴 무덤》... 주검이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김수정 기자 / 기사승인 : 2025-11-21 11: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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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운드_기어오르는 역사 Ground_As History Climbs Up〉 (2024)_ Oil on canvas, 72.7x116.8cm

 

갤러리조선은 2025년 12월 4일부터 12월 30일까지 정경빈 작가의  4번째 개인전 《산을 휘감는 가장 긴 무덤》을 연다.

작가는 그간 자신의 아픈 몸을 주제로 결박된 신체, 몸부림치는 살, 이름 붙일 수 없지만 감각되는 미세한 고통들을 회화의 언어로 표현해왔다. 나아가 사회적 참사와 역사적 비극, 거기 놓인 타자의 신체를 향한 관심과 이해로 확장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3년부터 진행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신작 회화 및 드로잉 북을 선보인다. 작가는 약 2년간 제주, 공주, 대전, 아산, 경산 등 한국 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지역을 수차례 방문하며, 현장에서 보고 느낀 바를 글과 그림으로 옮겼다. 그 중에서도 대전의 ‘골령골’을 계기 삼은 6점의 회화 신작을 보여준다.  

 

▲ 〈민중 The People〉 (2025)_ oil on raw canvas, 10.2x14.9cm


'골령골'은 1950년 한국 전쟁 발발 직후 최소 1800명 ~ 최대 7000여 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남한 군경에 의해 학살된 지역으로, 행정구역상 대전광역시 동구 산내동에 위치한다. 이곳에서 2024년 기준 1472구의 유해가 발굴 및 수습됐다. 유해가 발견된 8개의 구덩이의 길이를 모두 합치면 약 1km에 달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발 딛는 모든 땅이 ‘무덤’처럼 느껴지는, 아무것도 없는 공터, 풀이 인근 지역에 비해 더 무성히 자란 야산, 관광지가 되어 시멘트로 뒤덮인 땅에서, 작가는 그 아래 잠겨 있는 무수한 상흔을 떠올린다. 단색조의 조형 언어 이면에 고통의 심상과 몸짓을 담아내는 일종의 흔적이 된다.  

 

▲ 전시 포스터

자기를 넘어서는 신체, 타자의 몸, 특히 비극에 처했던 민중의 몸에 주목한 전시 《산을 휘감는 가장 긴 무덤》은 그러한 몸을 드러내는 긴 풍경을 보여주려 한다.

전시는 갤러리조선 (서울 종로구 북촌로 5길 64)에서 2025년 12월 4일 (목) - 12월 30일 (화)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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