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치원➂ 유치원은 아이의 또 다른 집이다

전미희 기자 / 기사승인 : 2025-10-10 23: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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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곧 엄마의 품과 같다. 일본의 유치원 하쿠스이(Hakusui)는 집이 지닌 안정감과 따뜻함에서부터 출발했다.

 

학교와 회사는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휴식을 취한다. 일률적이고 계획적인 시간의 배분은 개인이 가진 특성을 무시하기 마련이다. 반면 집은 자신의 리듬을 보호할 수 있는 곳이다. 식사 시간도, 수면 시간도 자신의 성향에 맞게 조율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심신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얻는다. 일본 치바현 사쿠라 시(市)에 자리 잡은 유치원은 이처럼 개인의 생활을 존중하는 집의 가치에서 프로젝트의 개념을 구상했다.

따로 또 같이


고령자를 위한 복지시설을 담당하던 지역 사회복지단체인 성우회(誠友会)는 지역 내에 부족하던 보육 시설을 건축가에게 의뢰했다. 60여 명의 지역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공간으로, “유치원은 곧 넓은 집이다”라는 철학을 따르는 곳이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덧붙였다. 즉 한 공간 안에서 아이들이 똑같은 규율 아래 움직이기보다 저마다의 성향을 존중받고 그에 맞게 행동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아이들이 집에서와 같은 편안함을 보육원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고자 한 것이다.


설계를 맡은 건축가 야마자키 켄타로(Yamazaki Kentaro)는 유치원을 커다란 공간 하나로 만들었다. 그리고 내부에 작은 상자형 공간이 배치되어 있다. 졸린 아이는 이곳에서 잠을 청하고, 뛰어놀고 싶다면 문을 열고 다시 넓은 공간으로 나가면 된다. 아이들의 생활은 단절과 소통을 오가며 이뤄진다.

 


성우회(誠友会)가 건축사무소에 주문한 또 다른 사항은 바로 아이들의 안전이었다. 아이들의 돌발행동에 대처할 수 있도록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한 것이다. 건축가는 부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어디서든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설계했다. 건물이 들어선 곳은 산과 숲에 둘러싸인 곳으로 북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건축가는 땅의 모양을 살려 유치원을 하나의 커다란 계단을 만들었다. 벽을 설치하지 않고 여러 층으로 공간을 구분했으며, 기울어진 경사면을 활용해 대규모 슬라이딩 창문을 설치했다. 그 결과 탁 트인 하나의 공간으로 완성됐고, 선생님들은 건물 어디서든 아이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창으로 둘러싸인 건물은 안에서는 쉽게 바깥의 아이들을 살펴볼 수 있고, 반대로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자연의 힘을 빌리다



하쿠스이에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다. 보육원은 특별한 환기 시스템 없이도 자연의 힘으로 공기를 순환시킨다. 남쪽과 북쪽을 향해 경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커다란 슬라이딩 창을 통해 바람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남쪽 입구로 들어온 바람은 실내 나무 기둥이 만들어 놓은 길목을 따라 북쪽에 마련된 테라스로 지나간다.


한편 유치원 지붕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다. 이 또한 환기 시스템의 역할을 한다. 지붕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면서 공기의 흐름을 돕고, 잔잔한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물과 공기만으로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스프링클러에서 나오는 물은 지붕 경사면을 따라 남쪽 입구에 마련된 작은 연못으로 흘러들어 간다. 아이들은 맑은 날에도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을 볼 수 있다.


자연의 도움으로 완성된 보육원은 주변 농촌 주택과도 닮아 있었다. 건축가는 처음 복지단체가 요구했던 ‘커다란 집’이라는 콘셉트를 잃지 않았다. “저희의 목표는 그저 어린이들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주위 환경과 자연, 지역을 아우르는 하나의 큰 집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보육원이라는 한정된 개념을 넘어 자연이 만든 큰 집이 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료제공 Yamazaki Kent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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