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 10여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는 호두까기 가게가 있다. 신동걸(58), 이경미(58) 부부가 운영하는 ‘고은재’다. ‘옛 향기가 있는 집’이라는 뜻에 걸맞게 이곳은 원래 수제 비누 가게였다. 피부도 결국 입이라는 부부의 생각을 바탕으로 고은재에서는 천연재료, 한방재료로 비누를 만들었고 우연히 일본 매체에 소개된 뒤부터 유명세를 탔다.
“일본 사람들은 인사동에 오면 여전히 저희 가게를 많이 찾아요. 이제는 일본뿐 아니라 중국에도 숍이 있고 5월에는 오스트리아, 이스탄불에도 가게를 오픈할 예정이죠. 이렇게 성공하고 돌아보니 우리가 정작 입으로 먹어야 할 견과류를 잘못된 방법으로 섭취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이경미 대표는 견과류가 산소와 만나면 아플라톡신(Aflatoxin)이라는 독소가 발생하고 산패(Rancidity)되기 때문에 까자마자 바로 먹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점을 유의하지 않고 미리 까놓은 견과류를 냉장고에 보관하며 먹는다. 견과류 속의 기름이 노화될수록 맛은 현저히 떨어지고 영양소 또한 제대로 섭취할 수 없다. 고은재에서는 이것을 극복하고자 호두까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부부는 철저한 분석과 계산을 통해 그들만의 호두까기 나사를 개발했고 특허를 받았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 정교한 나사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손잡이도 만들었다. 하회탈, 피에로, 달걀, 각종 동물 등 20여 가지 모양의 호두까기는 손에 쥐기 편한 실용적인 물건이면서 집안을 꾸미는 소소한 장식품이 된다.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로즈우드, 랭가스, 부빙가 등 좋은 수종들로 제작된 견고한 호두까기로는 호두, 피스타치오, 아몬드, 헤이즐넛부터 조그마한 잣이나 도토리까지도 모두 깔 수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호두까기와 더불어 견과류와 방짜유기송곳도 판다. 방짜유기는 살균 작용을 하기 때문에 견과류를 깔 때 나오는 중금속 물질이 체내에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고은재에서는 호두까기를 사용하는 게 조금 번거롭더라고 좋은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각종 페어에도 꾸준히 참여한다. 그들은 앞으로 부엉이, 해바라기 등 더욱 다양한 형태의 호두까기를 만들어 전시도 열 계획이다. 웰빙시대에 걸맞게 피부로도, 입으로도 건강한 것을 흡수하고자 꾸준히 연구하는 고은재의 신념이 더욱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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