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만드는 미술 작가

서바름 기자 / 기사승인 : 2025-10-10 14: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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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몸담은 젊은 청춘을 만나면 으레 ‘예술을 하면 배고프다’라는 말을 건네는 어른들이 있었다. 대학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하고 피규어나 레고(LEGO)를 활용해 컨템포러리 아트 작품을 하던 장영환 작가는 배고프지만, 자신의 감각으로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예술가의 삶에 안분지족했다. 그런데 그에게도 녹록지 않은 현실과 예술의 갈림길에서 한 편을 택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혼자 살아도 그만이었다면 제가 살아야 하는 현실이 어떠하든 계속 미술을 하면서 살았을 거예요. 그런데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여느 집 귀한 딸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 순간이 있었어요. 그제야 예술가의 현실이 버겁더라고요. 경제적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죠.”

현실에 발을 딛기로 마음먹었지만, 사무실로 출근하는 비즈니스맨은 아무래도 낯설었다. 무언가 손으로 창작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었다.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서점을 자주 찾았어요. 그러다 <젊은 목수들>이라는 책을 보게 됐죠. ‘이거다!’ 싶었어요. 제가 하던 작업과 동떨어지지 않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았죠. 이전에 작업할 때도 나무를 다룰 일이 종종 있었는데 제법 흥미로웠거든요.”  

 


그는 그 길로 목공을 배우러 공방을 찾았다. 이전에도 조각 작업을 했던 터라 목공이 낯설지만도 않았다. 그는 실용 가구, 판매되는 가구를 만들겠다고 분명히 말한다. 그가 현실을 택한 이유를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찾은 그의 예전 작업실에는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아 있었다. 미술 도구들 사이사이에 있는 목공구들이 눈에 띄었다.

“미술을 잠시 접고 목공의 길로 접어들긴 했지만 미술 작품을 할 때의 기질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요. 공방에서 가구를 만들고 수강생끼리 서로 품평을 하는 자리에서 제가 만든 가구에 대한 반론(?)이 나오면 필요 이상으로 불편할 때가 있어요. 예술가의 똥고집을 아직 버리지 못한 거죠.”

영환 씨는 아직 예술가와 목수 중간쯤에 서 있었다. 삶의 기로를 트는 일이 동전의 앞뒤를 뒤집듯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가 택한 목수의 현실이 그의 이상과 맞닿아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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