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을 10년쯤 파고들면 무언가 이룰 줄 알았다. 대단한 목표를 이루는 일이 아니더라도 좀 더 나은 환경으로 달라질 줄 알았다. 마음공감정신의학과 의원 조철래 원장은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으며 일에만 몰두했다. 야간 진료도 마다치 않았다. 10년을 채우기 한 해 전,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봤어요. 사실 개원하고 10년간은 미친 듯이 일만 하고 살겠다고 다짐하면서 거액의 생명보험도 가입했었어요. 그만큼 아무것도 돌아보지 않고 일만 하겠다 우격다짐했으니까요. 그렇게 앞만 보고 9년을 달리다가 아버지 덕분에 멈출 수 있었죠. 제 방향이 맞았다면 9년을 보낸 당시 무언가 달라져 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었어요.”
그는 미련 없이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다짐을 했다. 10년간 일만 했으니 앞으로 10년 동안은 1년에 한 가지씩 새로운 것을 배워보자 마음먹었다. 다짐한 첫해에는 사진을 배웠고 이듬해에는 빈티지 오디오 사운드에 빠졌다. 사진은 조 원장의 성향에 잘 맞지 않았다고 한다. 오디오 사운드를 만드는 일은 즐거운 취미 정도로 남겨두었다.
그가 가구 만들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병원에서 가까운 공방을 찾아가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작업할 때 몰입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공방장은 1년 동안 제대로 목공을 배워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그는 목공 작업을 할 때 무념무상의 경지에 오르며 몰입되는 순간에 매료되어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먼저 시작했던 사진과 오디오 작업과는 다르게 목공은 제 두 번째 업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병원에서 환자와 상담하고 진료할 때는 환자의 이야기나 증상에 몰입하면 안 돼요.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진단해야 하는 입장이죠. 그래서 의사 조철래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머리를 굴려요. 정신과 의사의 일은 고단한 정신노동이죠. 그런데 목공은 전혀 반대에요. 나무를 만질 때는 나무와 하나가 된 것처럼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행위에만 몰입할 수 있어요. 그런 몰입의 순간, 진료하며 고단했던 정신을 치료받는 느낌이에요.”
1년간 배움의 시간을 성실히 끝내고, 지금은 그만의 가구를 만들고 있다. 일주일에 이틀은 의사가 아닌 목수로서 공방에서 나무를 만지며 일상을 보낸다고. 낮에는 환자의 마음을 치유하는 정신과 의사로 밤에는 나무에 몰입하는 목수로 그는 바쁜 나날을 살고 있다.
[저작권자ⓒ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