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면 곳곳에 심어진 가로수를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도시라는 인공의 공간에서 자연의 일부인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색다르게 여기는 이는 흔하지 않다. 사진작가 김지영은 어느 날 서울 인근의 나무들을 보며 무언가에 떠밀리듯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매개로 ‘가로수’를 선택했다.
“대학 시절부터 사진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교직 생활에 머물고 있어요. 지금은 대학원을 다니며 사진도 찍고 있지만, 제가 머무는 곳과 머물고자 하는 곳 사이의 괴리는 언제나 제 내면에 숨겨져 있어요. 아파트 빌딩 숲 사이를 장식하기 위해, 혹은 도시를 지키기 위해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나무는 어쩌면 이상하고 억지스러운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모순된 삶을 사는 저와 닮았죠.”
김지영은 뷰파인더를 통해 다양한 가로수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되물었다. 휘어지고 부러진 가지, 뜯기고 상처 난 껍질. 멀리서 바라볼 땐 그저 나무의 형태에 불과했던 것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니 아주 많은 무늬와 질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나무들의 특성을 조합하여 저의 내면에 있는 여러 개의 자아가 충돌과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녀는 모든 불빛이 꺼지고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밤길에 홀로 사진을 찍으며 나무와 오롯이 교감했다. 쓰레기가 버려지고 현수막이 무자비하게 걸리며 상처 입은 가로수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작가는 자아를 발견하는 동시에 우리 주변의 사소한 존재에게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사진을 보며 이게 진짜 가로수냐고 반신반의하는 관객들이 있어요. 가로수는 이토록 우리 곁에서 늘 소외당했던 거예요.”
김지영 작가가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고자 만든 결과물이자 가까이 있는 것들의 소중함이 사진의 메시지다. 자신이 동질감을 느꼈던 대상을 무엇보다 깊이 바라보고 이해했기에 그녀의 사진이 주는 울림이 더욱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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