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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영근, 내면적 초상, 330x450x210mm, 2013 |
귀와 발 그리고 손은 인간의 신체 부위 중 조각으로 형상화하기 어려운 부위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 대한 관찰과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는 작가가 있다. 바로 조각가 나영근이다. 그는 ‘손’이야말로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어루만지던 어머니의 손, 지친 일과로 얼룩진 아버지의 손처럼 말이다.
나무가 전해주는 묵직한 기운과 작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나영근의 손 조각은 모두 ‘소통’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갖고 있다. 또한 합판이라는 하나의 재료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사람마다 품어 온 삶의 이야기가 다르듯이 그의 작품들도 각각 다른 모양과 특성을 지닌다. 수렁에 빠진 이를 붙잡은 뜨거운 손,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집념의 손, 간절함으로 맞잡은 기도하는 손, 한 곳을 가리키는 힘찬 손. 그는 다채로운 이미지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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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영근, 소통, 610x600x1200mm, 2014 |
나영근이 표현하는 주제는 사실 그가 추구하는 작업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각기 다른 나무 합판을 한데 모아 하나의 큰 덩어리로 완성하는 작업을 고수하며 개체들이 맞닿고 어울리는 과정을 엿본다. 불완전한 객체들이 모여 하나의 완전한 조각이 되는 모습을 통해 그는 ‘소통’의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위해 컴퓨터로 손의 이미지를 그리고 그것들을 CNC로 다시 분해한다. 해체된 가상의 작품은 작은 합판 하나하나가 모여 또다시 독특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는 다리가 불편한 나영근이 자신의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한 결과로, 그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방식이었다. 기계로 작업을 한다 해서 결코 작가의 손이 덜 미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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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영근. 내면적 초상, 240x380x570mm, 2013 |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그는 누구보다 세밀히 사람을 관찰하고 엇비슷한 조각을 겹겹이 쌓는 고된 시간을 거친다. 모니터에 담긴 작가의 상상력은 나무를 만나 더욱 섬세하고 견고해지며 그가 관객들에게 걸어가는 통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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