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명보다 자연채광만큼 실내를 환하게 밝히는 것은 없다. 집을 고를 때에도 볕이 잘 드는지가 중요한 이유도 이것이다. 어느 한 일본 건축가는 햇볕의 기능을 단지 채광에만 두지 않았다. 창문으로 들어온 빛줄기가 그 사이사이로 쏟아져 내려 매시간 다른 모습과 분위기를 완성한다. 실내를 밝히는 한편 자연의 변화를 눈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일본 토요타 지역에 위치한 코로하우스는 빛의 연출을 극대화한 주거공간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햇볕이 실내 천장의 삼나무와 만나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해가 긴 여름에는 오래도록 빛이 공중에 머물고, 겨울에는 긴 그림자를 늘어뜨린다.
숲을 기억하다
코로하우스가 들어선 이곳은 원래는 숲이 있던 자리다. 주거지역으로 개발된 지는 오래지만, 이 집이 세워지기 이전에는 사람이 살지 않아 황량한 풍경만이 남아있었다. 몇 년간은 버려진 채 방치되어 있던 이곳에 건축가 가츠토시 사사키는 가족의 온정을 불어 넣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숲의 모습을 다시금 되살리는 거예요.” 건축가는 집과 거리를 울타리로 구분 짓지 않고 정원을 만들었다. 이전에 있던 숲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그곳에 있던 나무와 돌을 이용해 조성했다. 크고 작은 벚나무로 경계를 지었고, 돌로 정원 입구와 집 현관을 잇는 길을 만들었다. 작은 바위들은 낮은 담장이 되거나 내부의 공간에 다다르는 오솔길에 쓰이기도 했다.
높은 담벼락 대신 정원을 만들자 집은 언제든 거리를 향해 열려 있게 됐다. 개방성을 지니게 되면서 대지의 면적은 그리 넓지 않지만 탁 트인 시야를 갖게 됐다. 건축주는 정원에 차를 세워두거나 볕이 좋은 날이면 옷을 말리고, 가족의 정원으로 이용한다. 물론 사적인 영역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 누구나 쉽게 집 정원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 뒤편에 프라이빗 가든은 가족의 사생활을 위해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편히 쉴 수 있고, 따뜻한 봄날이면 낮잠을 청할 수도 있다. 정원은 어느 새 집을 둘러싼 작은 숲이 됐다.
삼나무가 만들어낸 빛의 운율
건물의 평면은 정원과 각 방에 따라 육각형으로 결정됐다. 1층에는 마스터룸과 게스트룸, 부엌, 거실이 있으며, 2층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스터디룸과 침실로 구성되어 있다. 여섯 면을 따라 방을 배치했고,. 따라서 가족이 모이는 공간은 집 중앙에 자리하게 됐다. 이층은 중앙이 뚫려 있고 가장자리에 공간을 확보했다. 코로하우스의 거실은 모든 방을 향해 열려 있는 구조로 완성됐다.
건물은 길과 길이 만나는 모퉁이에 세워졌다. 집 앞으로 시야를 가로 막는 건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남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고, 이웃집보다 높은 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창문으로는 비단 바깥 풍경만 잘 보이는 것이 아니다. 햇볕 또한 걸리는 것 없이 건물 내부에 도달한다. 건축가는 집이 지닌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창문을 없애고, 채광을 높이기 위해 삼나무 루버를 이용해 빛이 효율적으로 집 내부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1층에 정원과 연결된 큰 창을 하나 내었을 뿐 각 방에는 창문을 달지 않았다. 대신 건물 2층의 윗부분을 폭이 좁은 창문으로 에둘렀다.
“이 집의 시야는 태양의 이동을 향해 열려 있어요. 이것이 바로 코로하우스를 짓기 위한 열쇠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가츠토시 사사키는 집의 평면을 다각형으로 구획했다. 마당과 개인 정원, 주차장 등 집 외곽의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점도 있지만, 태양이 이동하면서 여러 각도로 실내에 반영될 수 있도록 위해서였다. 태양이 이동하면서, 삼나무는 춤을 추듯 빛이 났다. 이 효과가 조명 역할을 대신하며, 동시에 실내를 빛으로 가득 찬 느낌으로 만들었다. 또한 벽을 화이트톤으로 마무리하여 채광을 극대화했다. 삼나무에서 뻗어 나온 빛은 흰색 벽을 타고 온 집안을 환하게 밝혔다.
자연과 건축의 합심
빛의 섬세한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 여러 계획을 세워 루버를 설치했다. 높낮이를 다르게 하고, 건물 중앙으로 갈수록 나무의 길이는 길어졌다. 가장자리뿐만 아니라 가족이 모이는 중앙 거실에도 빛이 뻗어나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집의 설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시공을 위한 효율적인 루버 견본이 없었기 때문에 일일이 알맞은 목재를 만들고, 검토하기를 반복해야 했다. 힘들었던 과정이지만 이를 통해 비로소 코로하우스는 자연을 내부로 들일 수 있었다.
“집이 육각형의 평면으로 구획됐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어요. 그저 디자인 된 것을 만들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집을 시공하던 중 빛이 삼나무를 통해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 건축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낸 광경에 감동했어요.”라며 건축가는 집에 대한 감상을 밝혔다.
코로하우스는 하나의 해시계와 같다. 집 안에서는 빛의 추이만 따라가도 금세 지금의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 순간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집은, 매일매일이 지루하지 않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도는 한, 코로하우스는 계속해서 빛의 변주곡을 들려줄 것이다.
자료제공 Katsutoshi Sasaki+Associ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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