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로 재구성한 자연의 집

김수정 기자 / 기사승인 : 2023-07-05 22: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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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재를 이용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짙은 나무 톤에 군데군데 파인 흔적, 얼룩덜룩 묻은 페인트가 낡아서 더 분위기 있는, 독특한 매력을 풍기기 때문. 한 마디로 ‘간지’가 난다는 말이다. 북유럽 풍 디자인의 홍수 속에 고재는 ‘유니크함’을 무기로 조용히 트렌드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고재의 트렌드화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럽에서부터 시작됐다. 서구에서는 나무로 지어진 헛간과 방앗간, 주택, 공장, 철도목 등 다음 세대가 쓰고 남을 방대한 양의 폐목들이 있었다. 새로운 스타일의 건물로 대체하느라 그 재료들이 쉽게 폐기되기도 했지만 80년대부터 커지기 시작한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와 맞물리면서 고재를 이용한 건축‧가구 제작 등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트렌드로 자리 잡은 건 90년대 이후부터다. 이는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간과할 수 없는 건 고재의 사용이 대안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장치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환경 파괴 방지, 다양한 문화 패러다임에 대한 자극, 지구 공동체 문화 형성 등등. 이미 해외의 많은 예술가들은 이러한 철학을 도출해내고자 고재를 이용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수풀 우거진 언덕 위의 나무집
Recycled Materials Cottages
 



칠레의 빙하호 팡기푸이호의 한 줄기인 푸리우에이코호를 내려다보는 이 아늑한 집은 햇살이 쏟아지는 날에는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빛이 조각조각 부서져 내린다. 칠레 건축가 Juan Luis Martinez Nahuel이 제작한 Recycled Materials Cottage. 재활용 재료로 만든 나무집이다. 건물 입구에 설치된 유리문은 60년대 지어진 칠레 건축가 Horacio Borgheresi 집 테라스에서 가져온 것이며, 건물 구조재로 쓰인 목재 기둥과 철재는 임시로 지은 전시회장에서 실어왔다. 

 

 

벽의 내외장재로 쓰인 재료는 유칼립투스 나무와 칠레산 라울리 나무로 된 파케트 바닥. 70년대 지어진 라레인, 스윈번, 코바루비아스의 집에 쓰였던 목재다. 건물 중심부에 작은 금이 가있지만 공간은 3년 여의 시간 동안 견고하게 지어졌다. 건물은 단층이며, 내부는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와 개인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독일 엠쉐르 강의 정화를 기다리며
Waiting for the River
 


 

네덜란드의 아트 그룹 Observatorium이 제작한 이색적인 다리 Waiting for the River. 독일 루어지방을 흐르는 엠쉐르강과 라인-헤르네 운하 사이에 지어졌다. 38.1m에 달하는 이 건물은 심각한 수질오염으로 루어게비트 지역의 하수구로 불리는 엠쉐르 강의 정화를 기원해 만들어졌다. Observatorium은 2010년, 유럽의 공공미술제인 엠셔쿤스트를 맞이해 이 건물을 지었다.

 

 

다시 살아난 엠쉐르 강물이 다리 아래로 흐르기를 기원하며, 이를 함께 소원하는 지원자를 받아 24시간 동안 건물에 머무르며 강물의 흐름을 기다렸다. 건물은 여전히 수질개선 중인 강의 상태를 미완된 다리로 형상화하였으며, 자연의 회복을 바라는 만큼 재활용 목재로 만들어졌다. Observatorium은 행사를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고 매해 지원자를 받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네덜란드 전역에서 구한 DIY 잔해로 만들다
Nooderparkbar


 

네덜란드 Bureau SLA와 Overtreders W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Nooderparkbar.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이 시커먼 건물은 네덜란드 이베이를 통해 백 명의 개인과 소규모 상점들로부터 구한 재활용 재료로 지어졌다. 건물의 기본 건축은 임시 병원에 쓰였던 3개의 요소로 구성됐다.

 

건물 정면에 있는 창문들과 지붕에 얹은 채광창, 두 개의 화장실. 나머지 물품인 42개의 창문과 나무, 페인트, 좌변기, 흰색과 녹색의 세라믹 타일 등은 DIY 잔해에서 얻었다. 건물 외벽의 나무는 파산한 거푸집 공장에서 가져온 것을 내구성 강화를 위해 일본 고대 기술인 쇼수기반 기법으로 그을린 것이다. 

 

내장재는 우유를 곽에 담는 기계를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화물상자에서 구해왔다. 완공한 2012년에는 커피숍이었으나 현재는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휴게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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