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두려운 병원 치료를 고르라면 열에 아홉은 치과를 꼽을 것이다. 기계의 날카로운 소리와 치과 특유의 소독약 냄새는 치료를 기다리는 와중에도 환자를 두렵게 만든다. 황제웅 치과 스튜디오는 인테리어를 통해 치과가 사람들에게 주는 두려움을 완화한 곳이다. 공간의 분위기를 바꾼 것은 천장을 흐르는 자작나무의 역할이 컸다.
자작나무 향을 타고
시큼한 소독약 냄새가 병원을 가득 메운다. 그 기억을 떠올리기만 해도 저절로 몸서리치게 만드는 곳이 치과다. 이러한 예상과 달리 황제웅 치과는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소독약 냄새 대신 은은한 자작나무 향기가 공간을 맴돌고 있었다. 이는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자작나무에서 기인한 것이다.
자작나무 판자는 입구와 대기실을 가로질러 내부 복도까지 흐르듯 이어지고 있다. 치과의 실내 면적은 137㎡로, 다른 병원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 자리 잡고 있었다. 따라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내부 공간을 더욱 넓고 쾌적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내부 설계를 담당한 생각나무 파트너스의 이강우 소장은 나무를 사용해 착시효과를 주기로 했다. 천장을 높이고 거기에 자작나무 루버를 설치했다. 목재는 수평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자작나무는 실내의 분위기도 한결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밝은 색감이 공간의 전체적인 톤을 은은하게 만들고 있으며, 창문에서 쏟아지는 빛줄기가 나무 사이사이를 스치면서 새로운 패턴을 만들기도 했다. 나무가 만들어내는 빛의 장단은 황제웅 치과 스튜디오만의 독특한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건물의 특성을 고려한 설계
치과가 들어선 건물은 주변의 네모난 건물과는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앞쪽에서 바라본 빌딩은 타원형을 그리고 있어 둥근 알을 떠올리게 한다. 이 소장은 건물이 가지고 있는 곡선을 치과 내부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황제웅 치과의 진료실과 수술실은 건물 앞쪽에 위치하고 있어 그 굴곡이 잘 느껴지는 공간이다. 기본 임대 면적이 좁지만, 코너를 직각이 아닌 사선의 형태를 살려 공간이 기울어 있는 듯한 독특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입구에 있는 접수대는 건물의 곡선과 네모난 부지가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건물은 전면부가 모두 창으로 이뤄져 있었다. 창문이 많으면 실내는 금세 온도가 높아지거나 떨어진다. 단열이 약한 만큼 에너지 손실도 크다. 하지만 치과 치료에는 빛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실내가 좀 더 넓어 보이는 데에도 창문이 필요했다. 황제웅 원장은 창문을 막기보다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의뢰했다. 밝은 공간이어야 하는 치료실을 창가 쪽으로 배치했다. 그리 넓지 않은 대기실은 창문으로 인해 답답한 인상이 사라졌다. 창문이 많은 병원은 자연채광 덕분에 특별한 조명 없이도 내부가 밝고 쾌적했다.
치료실은 모두 세 곳으로, 공간마다 색을 지정해 콘셉트를 잡았다. 치과 스튜디오라는 병원 이름을 따서 치료실 이름도 스튜디오로 명명했다. 치료에 쓰이는 기구와 의자, 소품, 그림 등은 각 공간의 콘셉트에 맞게 모두 한 컬러를 사용했다. 이외에도 치료실 곳곳에서 환자들을 배려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천장에 일러스트가 그려진 벽지를 붙여 환자가 누워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긴장을 풀어주고 지루함을 없앤다.
[저작권자ⓒ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