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식가구>전 방석호 소목장.. 필요의 필요만 남긴 조선가구의 현대화

편집부 / 기사승인 : 2023-10-14 12: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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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에서 10. 6 - 11.4일까지 열려
한국 가구의 새로운 형식 제안
기능과 서사를 담은 가구전
▲ 방석호 신작 조선가구

 

상자 형식의 목가구는 아마도 인류가 처음 물건을 보관하려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기본적인 가구 형태이다. 우리나라는 앞 절반이 열리는 문을 달아 편리를 도모하여 사용하였고, 반만 열린다고 하여 그 명칭도 반닫이라고 불렀다. 반닫이가 가진 나뭇결의 아름다움과 묵직한 존재감은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반닫이는 그 쓰임에 있어 그리고, 면구성이 된 오브제로써 오늘날의 환경에서도 여전히 유용하다.

전승과 전통 사이에서, 조선 시대 후기의 형태와 기법, 소재가 현재에도 머물러, 그것을 답습하며 제작하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전통 그대로를 지키는 것도 무형유산 이수자의 의무이지만, 현대의 환경과 소목의 확장을 생각했을 때,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이번에 전시될 목기는 제작자로써 보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였다.

 

▲ 2023년 4월 밀라노 페어에 참가했던 방석호의 조선반닫이

 

 

▲ 통판으로 제작한 방석호의 조선반닫이


오동 반닫이(1점) 과 일월연 책 반닫이(3점)은 전통의 정제를 목표로, 전통 소목의 구성요소를 가지되, 김부식의 삼국사기중의 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분수에 지나치지 않다)를 염두에 두고 되도록 미니멀 하게 제작하였다.

bc2023(1점), ray(1점) 은 필요, 무교졸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한 결과이다.
두꺼운 판재로 상자를 먼저 만들고, 돌을 깍아 나가듯이 다듬어 나가는 방향으로 시작하였다.
없어도 되는 부분은 과감히 모두 제거하고,필요한 요소만 생각하였다.
손잡이는 벼루와, 맷돌 및 주춧돌에 영감을 얻어 파내어 잡을수 있게 만들고, 금속장식 부분은 경첩만 사용하였다.


▲ 미려한 곡선으로 전통 조선가구에 혁신적인 변화를 주어 현대화를 꾀했다.

 
박물관에 전시된 우리 유산들은 대부분 제작자를 알 수 없는 무명이다. 영속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 서 있는 한 사람의 공예인으로 입장에서 서글픈 생각이 들지만, 우리네 공예품들은 무명인이 정성 들여 만들고 그것이 시대를 대표하는 보물이 되어 전승됐다. 과거의 전통형식 그리고 기술과 더불어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는 공예품을 후손들이 보았을 때, 이 시대의 정신과 기술의 단편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상상하면 즐겁다.

그동안 전통의 형식을 지키고 시대를 관통하는 소목을 만들면서 장식과 인위적인 면보다는 소박하고 졸박한 가구를 제작해왔다.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후대에서 바라보았을 때 이 시대 소목의 형태 -시대의 조각을 남기는 것이 바른길이라 생각한다.

 

글: 방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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