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구는 투박하고 수수했던 감성 이야기를 화려하고 아름다운 추상화를 나무에 새겼다.
“첫 번째 감성 이야기에서는 따뜻한 느낌이 물씬 풍겼지만 이번 전시는 조금 화려해요. 저는 오로지 저의 감성을 작품에 담거든요. 세월이 흐르며 제가 조금씩 변하는 동안 무의식에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가 있었나 봐요.”
박홍구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여 그림을 그리듯 자작나무를 태웠다. 토치에 그을려 다시 태어난 무늬들은 거칠지만 여성스럽고, 눈부시지만 편안하다. 작가가 그저 순간순간 느꼈던 마음의 흔적들이기 때문일까. 그가 목기와 가구에 표현한 문양들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전시장 한가운데에 놓인 10여 개의 스툴은 형태와 질감, 높낮이, 각도가 모두 다르다. 그릇, 소반, 의자, 탁자 역시 그 어떠한 것도 같은 형태가 없다.
“저의 성향 때문이에요.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을 좋아해서인지 너무 잘 다듬어진 사물에 거부감이 있어요. 더군다나 가구는 살면서 계속 볼 수밖에 없잖아요. 지나치게 정형화된 것은 눈을 피로하게 만들 수 있어요. 약간 삐딱한 것이 훨씬 인간적이죠. 순간의 감성을 본능적으로 포착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답이 있는 것보다는 답이 없는 것을 고민하는 일이 재미있죠.”
박홍구의 작품 역시 답이 없다. 작품명은 전부 ‘X’다. 그는 ‘나무가, 작품이 반드시 이래야만 한다’는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가 고수하는 작업 방향은 나무의 본질과 닮았다. 어딘가 삐뚤어지고 흐트러진 나무 말이다.
‘감성이야기 두 번째’는 기존 박홍구의 작업에서 시각적으로 많이 변화했다. 하지만 꾸밈없고 자유로운 작품의 형태와 질감을 보면 그의 작업이 꾸준히 같은 맥락으로 이어져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몇 년 전 의자와 대화를 나누듯 편안한 느낌으로 작업했던 ‘감성의자’와 최근 ‘추상탄화’ 작업에서 비롯된 의자는 일관되게 모호하고 역동적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그가 선보인 통나무 스툴은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정제된 것 같으면서도 앞으로 달려갈 듯 강렬한 인상을 전한다.
박홍구가 자연의 순수함을 온전히 느낀 채 검은빛을 담은 나무들은 가구인 동시에 조각 오브제이고, 한 폭의 그림이다. 시간이 지나며 박홍구의 감성이 자연스레 변할 때, 그가 나무에 피우게 될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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