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공포를 아이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스펙터클한 컷피스 작업
더페이지갤러리 WEST관에서 9월 21일(토)까지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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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trit Halilaj, Photo by Eileen Travell, Courtesy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더페이지갤러리 제공) |
20세기 말 가장 참혹한 전쟁을 겪은 코소보 지역에서 1992년부터 1997년까지 난민으로 유년시절을 보낸 작가는 비정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작가로서의 성장과 미래를 가늠하는 정신이자 감각의 발로가 된다. 아이의 상상력과 두려움이 해학과 낭만으로의 전환은 전쟁에 의한 꿈과 상상력의 단절을 다시 잇는 생명력과 같다.
작품 <아베타레>는 코소보 아이들을 위한 알바니아어 초급 알파벳 교과서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알바니아계에 대한 세르비아의 탄압이 극심해진 이후, <아베타레>는 알바니아계 민족들의 문화적 전통을 보전하는 상징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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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stallation view of PETRIT HALILAJ ABETARE Loja me Topa 공놀이, The Page Gallery, Seoul, 2024 (더페이지갤러리 제공) |
아베타레 프로젝트 중 ‘공놀이’라는 뜻의 알바니아어 ‘로야 메 토파(Loja me Topa)’. 작가는 1970년대부터 사용한 학생들의 손때가 묻은 루닉 마을의 초등학교 쇼테 갈리챠(Shotë Galica)의 녹색 책상에서 아이들만의 비밀스러운 판타지와 다양한 언어가 남긴 사적인 기록을 발견하고, 책상 위의 캐릭터들을 갤러리의 공간에서 드로잉, 조각, 설치 작업으로 역동적인 공놀이로 치환해, 난민 지역에 고립된 아이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희망으로 대체하는 삶의 보편적인 성찰을 보듬었다.
예술가는 꿈의 공간에 들어와 자신에게 진정한 의문을 가지는 것이라면, 코소보 아이들에게서 실종한 꿈의 세계를 재건하면서 전쟁의 폐해를 밝히려는 작가의 진정성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페트릿 할릴라이는 코소보에서 태어나 밀라노 브레라 미술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2010년 베를린 비엔날레에 참가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하였다.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코소보 대표 작가로 선정되었고, 이어서 2017년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마리오 메르츠 상과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했다. 현재 프랑스 파리 에콜 국립 고등 미술학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는 더페이지갤러리 WEST관에서 9월 21일(토)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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