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철•김성철 두 예술가의 해석 돋보여
많은 관객들에게 관심 이끈 공예전
내사(內思)와 좌망(坐亡)의 실천철학이자 사물을 몹시 아끼는 품성을 뜻하는 적선(積善)은 변화하는 삶 속에서 진리를 밝히기 위해 무아의 경지에 들어가는 또 하나의 세계이자 이데아다.
사진과 도자를 매개로 펼친 전시 《적선(積善)하다》가 수많은 화제와 열띤 호응을 뒤로하고 10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덕성과 선량으로 실천하는 적선은 전시에 참여한 이갑철·김성철 두 예술가의 깊은 감각과 경험으로 선의 매개 역할을 했다. 이갑철의 먹의 흔적과 질감은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김성철 도자작가는 흰 색의 도자 위에 고요히 흔들리는 촛불의 추상성으로 적선의 의미를 대상화했다.
특히 이번 전시를 감독한 아엘시즌 대표 김미연은 성곡미술관의 전시실을 적선의 아우라가 가득한 공간으로 바꿔놓으면서 관람객들에게 전시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그동안 수평적으로 이뤄진 공예 전시에 사진과 도자의 조합을 통해 입체적 공간감을 연출, 관계 업계에 선한 영향력을 남긴 것으로 평가 된다.
**인터뷰_ <김미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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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연 대표 |
《적선하다》 전시는 조선 시대 성리학자인 농암 이현보의 가훈 ‘적선(積善)’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되었다. 전통적인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미학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점점 사라져가는 고택과 선조의 가치관을 현대와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며, 사진과 도예라는 매체를 통해 ‘시간과 마음의 흐름’을 동시에 담아내고자 했다.
- 어떻게 발전시켰나.
이갑철 작가는 농암종택의 마루와 벽, 들녘을 흑백 사진으로 담아내 ‘시간이 깃든 공간’이 지닌 정적이고 묵직한 감정을 표현했다. 그의 사진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전통 건축물이 품고 있는 시간의 흐름이 깊이 있게 드러냈다. 김성철 작가는 전통 기물인 호롱을 매개로 ‘선함’의 가치를 불빛처럼 세상을 밝히는 과정으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도자는 단순한 공예품이 아닌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확장했다.
- 공간의 해석이 쉽지 않았을 거 같다.
전시 공간 자체도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고택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조용하고 명상적인 공간으로 구성해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전통 철학의 미학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 ‘공간의 시간성’과 ‘전통과 현대의 교차’라는 개념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대표가 추구하는 전시는 무엇인가
전시를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이라고 생각한다. 전시 공간이 그 자체로 이야기를 품고 있어야 한다고 믿기에 장소가 지닌 역사와 정서, 그리고 공간의 흐름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기획한다. 중요한 것은 관람객이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전시를 통해 직접 어떤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은 전시의 중심에 놓여야 하고,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동선, 빛과 어둠의 리듬 등 다양한 감각적 요소를 통해 몰입을 유도해 왔다.
- 이번 전시도 그 맥락에서 해석했나.
그렇다. 농암종택이라는 고택의 공간성과 그 안에 깃든 철학을 어떻게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선조들의 ‘적선(積善)’ 정신을 시각적으로 번역하고, 관람객이 그 의미를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전시는 곧 대화의 공간이어서 작가와 공간, 그리고 관람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서사를 완성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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