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강하다, ‘워터프루프’ 우드

김수정 기자 / 기사승인 : 2023-07-28 1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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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물을 찾는 계절이 왔다. 그런데 나무도 사람처럼 물을 좋아할까? 당연히 아니다. 나무는 수분에 자주 노출될수록 수명이 단축된다. 비 오는 날이 많은 여름, 우리 집 데크나 가든 벤치가 걱정된다면 물에 강한 수종을 눈여겨보자.



물에 강한 나무의 특성


욕실을 보다 쾌적하게 꾸미기 위해 천장이나 벽면을 나무 패널로 마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공간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습기에 약한 나무를 사용한다면 어떨까. 조만간 곰팡이의 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외장재도 마찬가지다. 집 외벽을 나무로 멋지게 꾸민다고 아무 수종이나 사용했다가는 나무가 삭아 흉물스럽게 변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목재를 사용할 때는 용도에 맞게 잘 골라 써야 한다. 특히 수분에 노출되는 일이 많은 실내 공간이나 비를 자주 맞게 되는 외부 공간에는 내수성이 좋은 수종을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 그렇다면 어떤 나무가 물에 강할까? 대체로 다음과 같은 물성을 지닌 나무가 물에 강하다고 보면 된다. 우선 유지(油脂) 성분이 많은 경우다. 유지 성분은 천연방부제 역할도 하지만 방수 역할도 해, 목재에 물이 스며드는 현상을 줄여준다. 

 

두 번째는 밀도다. 밀도가 높을수록 수분 침투가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물에 대한 저항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배수성이다. 배수성은 밀도와도 연관성이 있어 이페, 멀바우, 아프젤리아 등 밀도가 높은 단단한 나무들이 대부분 수분을 빨리 배출한다. 섬유질이 많은 침엽수는 활엽수에 비해 수분 흡수율이 높은데,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시간이 길수록 부후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침엽수 중에서도 배수성이 좋은 수종이 있으므로 습도가 높은 실내 공간에 침엽수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적절한 수종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수분을 머금었다가 뱉어냈을 때 나무가 뒤틀리지 않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실내에 쓰이는 수종들


우리가 나무를 사용하는 용도는 크게 나눠 볼 때 실내와 실외가 있다. 실내에서 수분에 주의해야 할 공간은 욕실(사우나)과 주방이다. 또한 욕실과 연결된 드레스룸이나 파우더룸 역시 다분히 습도가 높아질 수 있는 곳이므로 다른 공간과 차별화된 나무를 사용해야 한다.


욕실에 사용되는 나무는 여러 가지 물성 중 특히 배수성이 뛰어나야 한다. 수분을 머금고 있다가 짧은 시간 내 배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우나는 습식과 건식 두 종류가 있으므로 둘 다 견딜 수 있는 수종을 써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수종으로는 히노끼, 스프러스, 하이그래드 등이 있다.


삼나무 역시 수분을 배출하는 능력이 뛰어나 예전에는 욕실 마감재나 사우나재로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삼나무 중에서도 탄닌 성분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가족 중 기관지가 약한 사람이나 천식 환자가 있다면 수종 선정을 달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실내에 쓰이는 나무는 외장재와 달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활엽수보다는 침엽수가 독성이 적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주방이나 파우더룸은 앞에서 말한 수종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외부에 쓰이는 수종들


외부재는 항상 비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내부재보다 더 신경 써야 한다. 외부재는 활엽수나 침엽수 등 사용할 수 있는 수종이 다양하지만, 용도에 따른 특성을 감안해 선택해야 한다. 예컨대 데크의 경우 체중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강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또한 걸어다닐 때 롤링이 없어야 하고 오래 되어도 부후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데크재로 침엽수는 쓰지 않는다. 데크재로는 멀바우 정도의 강도를 지닌 수종이면 무난하다.


테이블이나 벤치 등 야외에서 사용하는 가구류는 비에 젖었다가도 빨리 말라야 한다. 데크는 배수 시설을 따로 시공하기 때문에 수분이 서서히 배출돼도 관계 없지만, 가구류는 그렇지 않다. 같은 바닥재라 하더라도 발코니는 데크처럼 배수 시설이 있는 게 아니므로 역시 배수성이 뛰어난 목재를 사용한다. 활엽수 중에서는 이페, 멀바우, 이로코 등이 배수성이 뛰어나다. 멀바우는 이페보다 밀도가 낮지만 유지 성분이 있어 배수에 도움이 된다.


한편 피부와 접촉 횟수가 많은 난간이나 벤치, 문 등은 촉감을 고려해 나무갗이 부드러운 수종을 선택한다. 이때는 홍송 같은 침엽수를 써도 무방하다. 지붕 처마는 비를 직접적으로 맞지는 않지만 결로가 생길 수 있다. 또 방수가 잘못되면 물이 흘러내릴 수도 있으므로 역시 배수성이 뛰어난 목재가 적당하다.
캐노피나 파고라 기둥은 무게 하중을 그리 받지 않아 홍송이나 세콰이어 같은 침엽수도 괜찮다. 그러나 기둥재는 집의 구조를 받치는 역할을 하므로 밀도가 높고 강한 나무가 적당하다. 이페나 멀바우 등 구조재로 사용할 수 있는 활엽수는 모든 용도의 외부재로 사용할 수 있다.


물에 강한 수종들 

* 티크(teak):


 

외장재로 쓰이는 활엽수 중 가장 고급 수종이다. 유지 성분이 많아 기름을 바른 듯한 촉감이 난다. 내구성이 매우 높은 목재로 강도와 내구성, 치수안정성 등이 좋은 편이다. 가구에서부터 선박, 외장재, 마루재 등 사용 범위가 넓다.


*아프젤리아(afzelia)



밀도가 높으며 티크에 필적할 정도로 치수안정성이 뛰어나고 내구성도 높다. 내장 및 외장재로 가치가 높다.


*이로코(iroko)

건조가 빠른 나무로 밀도는 중간 정도이며 내구성이 매우 뛰어나다. 티크의 대체재로 비슷한 용도에 사용된다. 고급 내장 및 외장용으로 가치가 높다.


*멀바우(merbau) 

 

 

내구성이 높고 무거운 나무로 유지 성분이 있다. 문, 데크, 기둥재, 벽체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이페(ipe)



강하고 단단한 나무다. 매우 무거운 목재로 내구성이 뛰어나다. 건축 외장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홍송(old glowth douglas-fir): 황갈색 매가 뚜렷하고 무늬가 좋으며, 유지 성분이 있고 내구성이 좋다. 창호, 문틀, 루버, 마루를 비롯해 캐노피나 파고라 용도로 쓰인다.


*하이그래드(western hemlock)



향이 은은하며 변형이 적고 습기에 적응력이 뛰어나다. 벽면 루버용이나 처마용, 문틀, 사우나재 등으로 쓰인다.


*세콰이어(sequoia)



내구성이 뛰어나 외장용 목재로 가치가 높다. 밀도와 충격저항은 낮은 편이다. 창문, 지붕널, 문, 외벽 등에 널리 쓰인다.


*히노끼(hinoki)


 

내구성, 내수성이 강하다. 고급 건축 내장재자 사우나재, 욕조탕재 등으로 사용한다.


*스프러스(spruce)



비중이 작으면서 습기에 강하다. 창호재, 바닥재, 사우나재 등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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