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오매갤러리에서는 한국 인물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김미숙·윤기원 2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재료와 어법으로 ‘사람’을 그리는 두 작가의 시선을 조명한다.
▲ 김미숙, Breath of Memory, 122×90cm, 나무에 옻칠, 자개, 2025 |
김미숙은 자개와 옻칠이라는 한국 전통 공예 재료를 회화에 도입한다. 자개의 영롱한 빛은 여성 인물의 표정과 자태에 깊이를 부여하고, 옻칠의 표면은 부드럽지만 강인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녀의 인물들은 단순 재현을 넘어, 전통과 현대, 물성과 정신을 잇는 상징적 형상으로 존재한다.
윤기원은 색채를 중심에 둔 회화를 선보인다. 인물의 형태보다 색의 진동과 층위로 심리를 표현하며, 붓질과 색면의 흐름을 통해 감각적인 초상을 구축한다. 인물과 배경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색채장이 인물을 품고 확장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이는 초상화를 단순한 외형 기록에서 감정과 기운의 표현으로 확장시키는 시도다.
▲ 윤기원, Sexy Guy, 133.3×162cm, acrylic on canvas, 2024 |
두 작가의 작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통 초상의 ‘전신(傳神)’ 정신을 계승·변주하며, 인물화가 가질 수 있는 해석의 폭을 제시한다.
빛과 색으로 다시 쓰는 전신(傳神)화
한국 인물화의 역사는 의례와 기록에서 시작됐다. 조선 시대의 초상화는 닮음을 넘어 인물의 기품과 덕성을 담아내는 ‘전신(傳神)’을 목표로 삼았다. 얼굴의 점, 주름, 흉터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인격적 품위를 부여하는 형식과 어법은 당시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했다.
근대에 들어서 사진과 서양 회화가 유입되며 인물은 점차 의례적 장치에서 벗어나, 개인의 심리와 사회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르로 확장됐다. 오늘날 인물화는 재료·매체·개념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열린 영역이 되었으며, ‘사람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서로 다른 궤적에도 불구하고, 두 작가는 전통 초상의 ‘전신’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 변주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인물화가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인물화가 어떤 가능성을 품을 수 있는지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2025. 8.26 – 9.13까지 오마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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