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김수정 기자 / 기사승인 : 2024-05-20 21: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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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씨는 가구를 만든다. 근데 좀 작다. 아니 많이 작다. 서랍장은 손바닥 크기가 채 되지 않고 의자는 딱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 올릴 정도.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다. 섬세한 나뭇결하며 엔틱 가구의 깊고 중후한 색감은 그대로 살아있다. 작다고 손이 덜 간다고 생각하면 김형규 씨가 섭섭해 한다. 난관은 나무 구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아주 극소량의 원목만을 찾으니 나무 판매하시는 분들이 아주 꺼리시죠. 그걸 또 아주 얇은 두께로 켜달라고 주문을 해야 하니 어떤 분은 ”네가 내 손가락을 잘라낼 셈이냐“라고 화를 내기도 하고 그래요.”

 

 

그렇게 구한 나무는 정밀하게 재단해 부분별로 가공한다. 엔틱 가구의 멋진 곡선을 표현하기 위해 선반 작업, 샌딩 작업, 스팀 밴딩 작업이 들어간다. 워낙 크기가 작다보니 쉽게 부서진다. 부처님 같은 인내심을 요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각 부위를 조립하고 마감처리를 하면 비로소 하나의 미니어처 가구가 완성된다.


문득 이 지난한 작업을 하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원래 형규 씨는 광고 제작사에서 미니어처 제작을 했었다. 그러다 가구 미니어처에 매료돼 미국으로 건너가 5년 동안 미니어처 가구를 배웠다. 한때 공방도 열었고 이따금 강의도 하지만 지금은 취미로만 즐긴다.

 


“국내에 미니어처 작가가 많지 않다보니까 작업을 발전시키는 게 더디고 힘들긴 하죠.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작업에 집중하고 있지 못하지만, 앞으로 좀 더 과감하게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미니어처 가구의 척박한 길을 홀로 개척하고 있는 형규 씨, 초미니 우드워커의 꿈은 초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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