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목조주택 <하우스 오프/람베르그>...피오르드를 굽어보는 아침

송은정 기자 / 기사승인 : 2024-10-30 21: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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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 허리를 일으켜 세운다. 굳이 눈길을 주지 않아도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해안과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120m 절벽 위의 집이 주는 선물이다.

 

부부의 성(性)에서 이름을 따온 ‘하우스 오프/람베르그(House Off/Ramberg)’는 두 아이를 키우는 한 가족의 개인주택이다. 집이 위치한 노르웨이의 도시 홈메스트란은 길고 좁은 해안과 산을 끼고 있는 곳으로 절벽을 사이에 두고 아래 해안가에는 상업지구, 그 위로는 주택지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여기, 120m 높이의 절벽 끝자락에서 하우스 오프/람베르그가 도심과 피오르드를 내려다보고 있다.


건축주인 마리우스 람베르그는 같은 이름을 가진 홈메스트란의 람베르그 지역에서 태어났다. 한때 까마귀의 서식지로 ‘까마귀 산’이라 불릴 만큼 그 개체수가 엄청났던 곳이지만 지난 50여 년 동안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가 최근 모습이 다시 발견되기 시작했다. 건축주 마리우스는 아버지로부터 이 지역의 땅 일부를 물려받게 되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전면으로는 노르웨이의 광활한 바다와 산이, 뒤로는 우거진 숲과 나무가 펼쳐지는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기억을 갖는 행운은 누구나 누릴 수 없는 특권일 테다.

 

 

그렇다고 해서 자연에서의 삶이 도시의 것보다 더욱 가치 있다고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르다. 다만, 정비된 시스템과 잘 닦인 도로의 편리함으로 대체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찾아 나서는 일에 무심해지지 않길 바랄 따름이다. 그렇기에 고향의 자연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살아갈 집을 짓기로 한 마리우스의 선택은 의미심장하다.

집안으로 고요하게 스며드는 자연

 


하우스 오프/람베르그의 매력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자연 경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굳이 밖으로 나가 높은 언덕에 오르는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 점심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야채를 손질하던 중 무심코 고개를 드는 것만으로도 눈에는 풍광이 한가득 차오른다. 건축가는 이처럼 가족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을 기꺼이 누릴 수 있도록 집을 설계했다. 옆으로 퍼진 M자 형태로 단순하게 떨어지는 외관과 달리 다이나믹하게 꺾여 있는 내부 구조가 그 예다. 

 

종이접기를 하듯 22개의 각도로 내부 벽체의 형태를 달리함으로써 다양한 위치에서 밖을 바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특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벽면 일부는 넓은 각도의 V자 형태로 꺾여 있는데, 여기에 나란히 부착된 두 개의 창은 서로 다른 방향의 뷰를 선사한다. 실내 구조를 단박에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입체감이 살아 있다. 약간의 변화를 통해 가족들은 하나의 풍경을 여러 높이와 위치에서 볼 수 있는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된 셈이다. 건물 자체 역시 일직선이 아니라 집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안쪽을 향해 각도가 좁혀진 모양새다.

  

 


특히 자연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모습이 엿보인다. 오크를 사용한 크고 작은 창문들은 대체로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형태로 공간의 틈새 사이에 주로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햇빛과 외부의 공기가 집안으로 가감 없이 통과하기 보다는 고요하게 스며드는 듯한 여운이 있다. 그중 2층 박공지붕 아래의 공간에 앉아 바라보는 창 너머의 모습은 마치 영화관의 초대형 스크린으로 다른 세계를 지켜보는 듯한 오묘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짙고 밝은 회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집의 외관은 주변의 나무들과 조화를 이룬다. 일본의 전통공법이 적용된 삼나무 탄화목으로 외관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어두운 톤 사이로 드러나는 나무의 거친 질감과 옹이, 얼룩말의 무늬를 닮은 나뭇결 덕분에 주변 환경을 크게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지켰다. 기능적인 면에서도 고온에서 열처리한 탄화목은 내구성이 높고 부패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내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외관에서 느껴졌던 차분한 분위기 대신 가볍고 역동적인 기운이 넘친다. 밝은 색의 포플러나무 합판으로 덮인 벽과 천장, 애쉬를 사용한 바닥에 기하학적인 공간 구성이 더해져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에 익숙한 우리에게 하우스 오프/람베르그는 절벽 위의 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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