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몸짓에서 유추한 ‘정중동 靜中動'이 작품의 기조
일상 기물의 예술성 돋보여
한남동 handle with care에서 개인전, 22년 10월 9일까지 열려
B.C 5000년 경 중동 북이라크에서 순동에 약 10%의 주석을 섞은 청동제품에서부터, 우리나라는 충남 부여 송국리와 평양 근처 요령식동검이 출토되면서 청동 금속공예는 시작되었다.
그 뒤 철기문화가 이어지면서 금·은·동·철·유(鍮) 등의 다양한 재료의 금속공예는 전성기를 맞는다. 하지만 철은 무기 등에 주로 사용됐고, 고도의 세공과 도금 기술은 청동 공예가 장신구, 불교문화, 제례, 귀족문화는 물론, 일상생활의 도구에까지 널리 영향을 미쳤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근대 공예는 일본인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나전칠기와 도자기류는 성행했지만 상대적으로, 금속공예는 공장화 등의 여러 이유로 쇠퇴기를 맞았다. 근대를 지난 현대 금속공예는 기능과 함께 미술화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금속공예가 윤여동 또한 현대 금속공예가의 입지를 다진 신예 작가이다. 프랑스 생테티엔 아트&디자인 대학교 ESADSE에서 오브제 디자인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에서 금속공예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나무, 흙,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거친 후 금속 장신구와 식기 오브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윤여동의 금속 오브제 작업은 신라 금관에 달린 달개의 조용한 몸짓에서 유추한 ‘정중동 靜中動’에 있다. 고요한 자태를 이루는 금관의 사위를 에워싸고 잔잔하게 흔들리고 반짝거리는 금빛 조각은 장소와 시간에 따라 움직임과 빛깔을 달리하면서 자기 존재감을 확연하게 드러낸다.
윤여동은 촛대, 포크, 잔, 수저 등 일상품에 신라 금속공예의 정서와 아름다움을 녹여내기로 마음먹고 현대화 금속공예 작업을 이끌어냈고 또한, 어렸을 때의 기억과 일상의 감각을 일깨운 조형화 작업도 시도 중이다.
주물과 단조, 판금 성형 기법으로 조각해 낸 그의 작품은 정형과 비정형의 대치, 기하학적 디자인과 미니멀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면서 섬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관능적 자유로운 환상을 지칭하는 랩소디의 전율이 작품의 마디마디에 운율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손과 머리는 하나이며, 행동하면서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 장인의 일하는 방식이다.’라고 말한 책 <장인>의 저자 리처드 세넷의 주장에 동의한 작가는 몸과 정신이 일체를 이루는 시간을 지속, 유지하기 위해 밤 늦도록 작업실의 불을 밝히고 있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무언가를 온전히 제 손으로 만들어내는 데서 보람을 느껴요. 제작을 하다 보면 때로는 마음에 안 드는 순간도 있거든요. 그때 잠깐 멈추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배우는 것 같기도 해요.”
윤여동의 금속공예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아라비안의 원시 문명과 중앙아시아의 질박함, 삼국시대의 화려한 기법과 절제된 디자인 등이 윤여동의 작업에 심화되는 과정이다. 그 작은 결과의 하나로 한남동 handle with care에서 개인전 ‘Dining Rhapsody’를 22년 10월 9일까지 열고 있다.
금속에 색깔을 입힐 수 있는 칠보 기법의 작업과 농업사를 재현한 농기구 디자인 그리고 대형 조형 작업은 다음 전시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저작권자ⓒ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