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상상한 ‘신선놀음’

강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7 17: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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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구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구름 사이에는 적당한 수분과 함께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있고, 구름 사이를 껑충 뛰어오르는 아이들이 보인다. 구름 아래편에는 나무가 있고 풀이 있고 그늘이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천국일까 아니면 천상일까. 이는 젊은 건축가 세 명이 얼굴이 새카맣게 타도록 작업한 설치물의 윤곽이다.

구름이자 그늘을 형성하는 구조물은 공기 풍선이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공기 풍선 사이로 트램펄린을 설치해놨고,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통로의 의미를 담아 나무 계단과 구름다리를 세웠다. 안개와 분무 시스템도 장착했다. 최장원, 박천강, 권경민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 문지방은 여기에 ‘신선놀음’이라는 작품명을 붙였다.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의 작은 마당을 신선이 노니는 그윽한 공간으로 바꿔놨다.

문지방의 ‘신선놀음’은 현대카드가 소개하는 열다섯 번째 컬처 프로젝트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공모 당선작이다. 그간 전시를 통해 팀 버튼과 스튜디오 지브리 등 다양한 문화 분야의 아이콘을 소개해왔던 주최 측이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건축에 입문한 것이다. 줄여서 YAP(Young Architecture Project)라 불리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1998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처음 시작해 칠레, 이탈리아 및 터키의 미술관으로 확장된 파빌리온 공모전이다. 생각과 관점이 젊은 건축가의 작품을 선정해 각 미술관 광장에 전시하는 것이 기본 내용이다.

 

 

 


‘신선놀음’이 낙점된 이유에 관해 프로젝트팀 문지방은 “참신한 주제”와 “주변 맥락에 대한 이해”가 주효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설치물이 놓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인왕산을 등지고 있다. 주변에는 경복궁과 광화문 등 역사적인 유적이 있다. 거기서 착안해 도가 사상을 떠올리고, 신선놀음하는 상상을 구체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을 설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속가능성 또한 문지방이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지만, 작품과 관련해 그들은 일반적인 의미와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들이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이란 나무 구조물이 자연스럽게 작은 숲을 형성해 마당의 전체적인 습도를 조절하고, 처마 하나 없었던 설치 이전의 마당과 달리 이제는 공기 풍선이 그늘을 만드는 것이다. 보통 지속가능성이라 하면 재료 사용 이후의 쓰임새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기존의 배경과 조건들이 작품과 연속성을 갖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Details'
공기막구조: 나일론 위 실사 프린트 +50mm 강관구조
구름다리 및 난간: 2x6, 2x4 등 SPF기성목, ACQ 방부목, 난간일부 미송, 나일론 안전그물망
조경: 한국잔디 및 계절식물
안개분무장치: 16um초미세 입자(드라이 미스트)
조명: 외부용 25w LED(주광색)
계절꽃: 백묘국, 라벤더, 로즈마리, 도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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