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판만이 가능한 면의 기술로 마감한 런던 61AMR

배우리 기자 / 기사승인 : 2018-03-10 17: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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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판은 어느 순간 벽의 마감재를 넘어 구조물이 되고 조형물이 되어 우리를 덮치기도 한다. 단순히 싼 목재가 아니라 공간의 가능성을 점치게 된다. 점점 벽에서 튀어나와 진화하는 합판 인테리어는 어떤 것이 있을까.

  

런던 북동부 월섬스토의 주거지역, 쾌적하지 않은 낡고 오래된 벽과 천장을 가지고 있던 아파트 공간이 차분하고 평온한 침실과 작업실이 되었다. 이게 다 밝고 따뜻한 분홍의 자작나무 합판 덕분이다.

새로운 집에 살게 된 사람들은 건축과 조각에 관심이 많은 부부다. 리모델링을 위해 위저아키텍처를 찾은 그들은 살면서 작업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고 한다. 미적으로는 공간이 조각적인 면모를 가지기를 바랐다. 논의 끝에 합판이 내부 마감재로 물망에 올랐다. 합판의 부드러운 결과 절단면의 무늬가 이 공간을 완전히 현대적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벽과 천장, 문, 계단은 모두 합판으로 마감되었다. 합판이라고 해서 그냥 되는대로 갖다 붙인 것이 아니다. 디자이너는 면 분할에 매우 신중했다. 정사각형의 창문이 있는 벽은 창문 네 면의 귀퉁이에서 사선으로 잘린 합판으로 마감되었다. 계단의 모서리도 활용해 합판을 세모 모양으로 재단해 변화를 주기도 했다. 침실 창문에 둘러싸인 벽은 바깥으로 갈수록 안쪽으로 들어온다. 그 모양을 그대로 받아 창문 아래에는 수납장 겸 의자가 붙박이로 만들어져 있다. 각도의 변화를 조금씩만 줌으로써 합판으로 주인부부가 원하는 조각을 만들었다. 수납장 뚜껑 때문에 생기는 가는 검은색 그림자는 넓은 면을 분할해서 심심한 벽에 작은 재미를 준다.



합판의 넓은 면이 벽과 천장을 시원하게 감쌌다면 합판의 마구리가 또 제 역할을 할 차례다. 방문의 모서리와 계단의 난간은 두껍게 적층된 합판의 줄무늬를 그대로 드러낸다. 방문의 테두리도 따로 몰딩을 붙인 것이 아니라 합판의 모서리가 보이도록 재단해서 붙였다.

이 집의 합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검은 색상이다. 검은 창틀과 조명, 문손잡이, 콘센트와 스위치, 촛대 같은 작은 소품들은 커다란 면으로만 이루어진 집 안에서 시선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창문틀 안으로 조금 침투한 검정색 탄화 낙엽송으로 마감된 실외도 실내의 뽀얀 자작합판과 대비되면서 서로 다르게 가공된 다른 나무들의 신선한 조합을 보여준다.

절로 마음이 가라앉는 완벽한 침실, 그리고 작업실이 탄생했다. 오로지 합판 덕분만은 아니다. 이 집 뒤에는 합판이라는 재료를 잘 쓸 줄 아는 훌륭한 취향을 가진 건축가와 집주인, 그리고 기술 좋은 목수들 덕분이다.



Widger Architecture | 위저 아키텍처를 이끄는 케빈은 이스트런던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영국 유수의 건축기업에서 일을 했다. 그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으면서 독립적으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브라이튼대학교의 건축학교의 객원강사이자 이스트런던 학생들의 객원평가자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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