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빚어낸 나무 이야기... 가구 조각가 브렌트 콤버

오예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5-07 13: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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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 콤버에겐 신기한 능력이 있다. 그는 나무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다. 그의 말에 의하면 나무가 그렇게 말을 잘할 수가 없단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강력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브렌트 콤버와 나무들. 그는 오로지 손을 이용해 나무가 들려준 이야기를 가구와 조각으로 빚는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브렌트 콤버는 세 단어로 자신을 정의했다. “나는 가구 제작자이자 조각가이며 동시에 스토리텔러이기도 하다.”

가구와 조각 사이 그 불분명한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가구 조각’이라는, 허구라고만 생각했던 장르를 개척하고 있기에 그 정의는 분명 옳다. 하지만 스토리텔러라니. 우리는 몰랐지만 그가 줄곧 이야기하고 있었던 그것은 무엇일까.

“난생 처음으로 내 집을 리모델링하던 때, 긴 역사를 지닌 집에 맞는 재료는 역시 오래된 나무라는 생각을 했다. 마침내 조선소 건물이 철거되는 현장을 발견했고, 그곳에 있던 오래된 나무가 지닌 촉감과 냄새는 내 기억 속 잠자고 있던 역사를 생생하게 불러 일으켰다. 갑자기 오래 전, 조선소 직원의 출퇴근을 돕는 운전수였던 나의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조선소 건물과 할아버지가 함께 있는 풍경이 내 눈앞에서 펼쳐졌다.”

그 순간 오래된 나무는 아주 풍부한 어휘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그렇게 너와 난 같은 추억을 지니고 있는 거야”라고. 사람과 나무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산다는 진실. 브렌트 콤버는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진짜’ 나무가 예술이다

나무가 있는 공간과 시간으로부터 자꾸만 멀어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나무에 붙들어 놓는 것이 그의 목표다. 사람들이 가구와 조각에서 보길 기대하는 것을 다 알 수도, 다 담을 수도 없지만 나무에 대한 그의 사랑만큼은 충실히 담아낸다. 자신의 작품을 손으로 만지고 심지어 껴안는 관람객을 볼 때면 행복하기 그지없다. 나무와 사람 사이 일어나는 깊은 교감을 보는 것만으로 그는 행복하다.

“나무라는 소재로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건, 잠시 멈춰 서서 나무를 만지면서 서로 교감하는 그 순간이다. 여러분과 나무 사이에 기록되는 이야기는 오감을 통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조국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지닌 캐나다인답게 브렌트 콤버는 자신의 고향 밴쿠버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아무래도 좋은 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나무’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나무는 있는 그대로의 크랙과 옹이, 울퉁불퉁 고르지 않은 그레인이 살아있는 나무다. 기형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와 상태를 자랑하는 나무는 우선 호감이 가지 않는데다 가공도 까다로워 시장에선 기피 대상이다.

이렇게 돈 안되는 나무를 가져다 돈 되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을 그가 하고 있다. 주재료인 삼나무, 더글라스 퍼, 메이플은 어쩌면 우드칩으로 쓰이거나 혹은 그냥 버려졌을, 바닥에 쓰러지거나 이미 베어진 나무이다. 그는 이런 나무가 ‘진짜’ 나무라고 생각한다. 굴곡진 인생을 속속들이 말해주는 나무가 진짜임을 그는 믿고 있다.

지속가능성이 만드는 작품

브렌트 콤버는 하나의 스튜디오이기도 하다. 그가 이끄는 스튜디오에는 여러 아티스트와 공예가가 소속되어 있으며 그들은 매일매일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쏟아낸다. 그들이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손이다. 오로지 손으로 한 번에 하나씩 가구와 조각을 빚어낸다. 못난이로 불리던 나무도 그들의 손을 거치면 어느 새 아름다운 작품으로 거듭나 있다.

브렌트 콤버 스튜디오의 가장 강력한 계율은 지속가능성이다. 이는 재료를 구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작품 제작 전 과정에 적용된다. 큰 목재에서 떨어져나온 자투리 목재는 반드시 작은 소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더 이상 우드칩이나 톱밥으로밖에 남지 않을 것 같을 땐 비료와 함께 섞는다. 원래 자리인 흙으로 돌려보낸다는 의미다. 지속가능성은 이미 삶을 지배하는 하나의 철학이 되었다.

 

 

 

 

 

마르셀 뒤샹이 남성용 변기를 <샘(fountain)>이라는 작품으로 선보였듯 브렌트 콤버도 뒷산에 있는 나무를 미술관으로 옮긴 게 다가 아니냐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의 진실한 작품 태도가 그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무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가공한 완제품보다는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 그 자체가 영감이 된다. 나무의 시각적 효과, 향과 느낌, 심지어 그것을 깎고 다듬을 때 나는 소리 등이 나의 창의력을 고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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