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과 천장을 덮는 목구조 패턴
3차원 모델링을 활용, 설계 및 시공
스페인 건축가 글라우디오 데 알치니에가가 설계한 멕시코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은 1573년 시작해 240년 뒤인 1813년에 완성됐다. 대성당은 바로크, 고딕, 르네상스,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이 모두 스며들어 있다. 또한 르네상스의 대표적 건축인 이탈리아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은 돔 제작에 무게 37,000톤의 무게에 4백만 개 이상의 벽돌이 있어야 했고, 140년의 건축 시간을 필요로 했다. 중세 시대의 위대한 건축과 예술의 대부분은 종교로부터 시작되어 완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성당의 높은 천장은 신과 인간이 한 몸이 되는 신성한 장소이며, 인간 정신의 순수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공동체를 위한 유익한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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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신흥동 성당. 정확한 가공을 위해 3D 5축 CNC 머신을 사용했다. |
2017년에 완성한 대전 원신흥동성당 또한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성령이 임재하는 공간이면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재발견하는 건축의 장소다. 대성전을 정점에 두고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중정을 살렸고, 현대적 감각의 외관과 통풍 그리고 채광을 고려한 내부 디자인이 각별하다. 제대를 향해 회중석이 경사지게 한 것과 고해실을 가림막으로 가려 고해 대기자들이 보이지 않게 하는 등 신도들의 동선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했다. 또한 장동현(비오)ㆍ조수선(수산나) 작가 등 성미술 작가들이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건축의 완성도를 높였다.
원신흥동성당은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으로서 2011년 1월 12일 유성 성당에서 92세대 245명으로 분리되었고 아름다운 성당이 완성되어 입당한 현재는 약 1600세대 3800여 명의 신자가 자리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로 성장하였다. 18개의 구역(소공동체)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로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지역과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개성과 재능으로 삶을 사는 신자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보편적 형제애를 나누고 성령 안에서의 일체를 추구하고 있다.
2015년 성당 건축 관계자들은 앞으로 지어질 성당이 종교적 목적과 사회적 기능을 수용하기 위해서 다양한 의견 수렴과 토론을 거쳐야 했다. 특히 본당 내부는 건축의 핵심이어서 설계와 시공 회사를 선택을 하는 데는 심층적인 논의를 거쳤다. 본당은 목재를 이용하여 엄숙하면서도 따뜻함이 어우러지는 목구조 공간으로 방향을 잡았다. 먼저 벽과 천장을 덮는 목구조 패턴을 이용해 동서양의 감성을 아우러지도록 했다. 이중 레이어의 개념으로 벽체에서 일정하게 떨어져 목재 월을 설치함으로써 흡음 기능과 함께 공간감을 더했다. 이는 미사를 위해 머리는 쓰는 보를 연상하게 한다.
현대 성당은 개인의 신앙을 위한 공간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추세다. 따라서 내부의 공간 구조 또한 종교 공간과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나눈다. 과거에 지은 성당은 서로 다른 두 성격의 공간이 혼재해 공간적 불편함이 있었다. 원신흥동성당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두 공간의 균형과 조화를 도모해 각각의 고유 기능이 문제가 없도록 했다. 상황에 따라 두 공간이 합쳐질 수도, 구분될 수 있는 유연함을 견지했다. 또한 주변 건축과의 어울림을 통해 종교의 엄숙함과 공동체의 편안함 그리고 이웃 환경과의 공존까지 고려했다.
목재 공간의 이로움
본당에 사용한 목재 수종은 가문비나무로 불리는 유럽산 스프러스다. 스프러스는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아 건축 자재로 많이 사용되며, 우수한 음향 특성으로 인해 흡음재로도 탁월한 목재다. 성당 공사는 콘크리트 골조 위에 하지틀 및 목재 흡음보드를 설치하고, 벽에서 300mm 띄워 설치한 격자 목구조 프레임 위에 다시 마름모 목구조를 설치하는 공법을 사용했다. 격자 반턱이음과 끼워 맞춤 형태의 디자인을 구사했고 목재의 수축이나 팽창 때문에 생기는 하자를 줄이기 위해 목재 건조에 각별히 주의했다. 또한, 정확한 가공을 위해 3D 5축 CNC 머신을 사용했다. 목재를 정확히 가공을 하더라도 골조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오차가 발생할 수 있어 현장 실측과 정밀한 조정을 통해 오차를 최소화했다. 사용된 구조용 집성재는 외부 노출 없이 실내 마감용으로만 사용했다. 마감용 칠은 오일스테인과 화재 예방은 물론 목재의 내구성을 높여주는 방염칠을 했다.
시공에 있어 어려웠던 점은 벽면과 천장이 만나는 부분의 각도와 라인을 맞추는 작업이었는데, 현장 실측 및 3차원 모델링 작업으로 해결했다. 설계 협의 시에도 3차원 모델링을 활용하여 어려움 없이 진행했다. 3차원 모델링은 설계와 시공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예상치 못한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었다.
목재 공사에 있어 선진 설계와 시공법은 목재 공간의 가치를 높여주고 지속하게 한다. 원신흥동성당은 적은 양의 목재를 사용하여 200%, 300%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준 건축 공간이다. 앞으로도 효과적인 공법으로 목재의 이용도를 높이는 공간이 많아진다면, 실용적 측면은 물론, 지구촌 환경에도 선한 영향력을 줄 것으로 기대해도 된다.
종교 건축이 위대한 건축물로 재생하는 까닭은 역사와 시대상을 오롯이 담고 있으면서 건축의 미학을 유산으로 남기기 때문이다. 원신흥동성당도 먼 훗날 천사의 노래와 함께 따뜻한 공동체가 번성하는 우리 시대의 건축이 되길 희망해 본다.
· 설계: 오즈앤엔즈건축사무소 (대표 최혜진)
· 시공: (주)경민산업 (대표 이한식)
· 사진: 황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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