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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ukje Gallery] Suki Seokeong Kang_installation view_1 |
국제갤러리는 3월 19일부터 4월 28일까지 강서경의 개인전 《마치 MARCH》를 개최한다.
강서경은 오늘날의 현대사회에서 각 개인이 굳건히 딛고 설 수 있는, 나아가 뿌리내릴 수 있는 땅의 규격을 자신만의 그리드로 표현하며 그 범주를 조금씩 확장해왔다. 이번 전시는 힘‘시간성’에 대한 고찰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했다.
대부분 신작 조각 및 회화군으로 구성되는 전시는 강서경의 주요 개념 ‘정(井)’ 및 ‘모라(Mora)’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가의 시각적 문법을 관통하는 사각 그리드의 논리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창안한 유량악보인 ‘정간보(井間譜)’의 기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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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ukje Gallery] Suki Seokeong Kang_installation view_2 |
바둑판처럼 생긴 정간보 안에서 ‘우물 정(井)’자 모양의 각 칸은 음의 길이와 높이를 나타낸다. 음이 연주되는 방식을 서술하는 이 사각의 틀을 개념적으로 번안해 회화의 확장의 무대로 삼았다. 마치 땅속 깊이 파고든 우물과 같이, 강서경은 각 ‘정’의 터전 위에서 다양한 시간의 층위를 쌓아 올리며 자신의 회화가 서술하는 시공간을 확장으로 무한한 시공간이 담긴 회화의 터전으로서 그 여정을 이어간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모라 — 누하〉 연작은 시간성을 그리고자 하는 작가의 열망을 어쩌면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군이라 할 수 있다. 본래 강서경은 캔버스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림을 그린다. 수평으로 눕힌 캔버스 위로 쌓아 올리는 물감은 캔버스의 네 옆면으로 흘러내리게 마련이고 각기 다른 물감이 흘러내린 흔적을 통해 시간의 층위를 직관적으로 목격할 수 있다. 이 작업은 그간 걸어온 시간에 대한 초상이자 개인의 일상 속 시간이 축적해 나가는 역사성에 대한 시적 기록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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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갤러리] 강서경_산 ㅡ 아워스 #24-03 |
〈아워스 — 일〉 연작 안에서 강서경의 〈모라〉 회화는 둥근 나무 프레임 안에 담긴다. 실을 꼬아 수놓은 나무 프레임은 생(生)에 대한 작가의 예찬이자 여성의 노동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더 나아가 나무 프레임의 둥근 형태는 그 모양으로서 직접적으로 시간의 순환을 상징하는데, 그러한 나무 프레임이 감싸고 있는 반투명한 비단은 새벽과 석양의 하늘빛을 닮도록 은은하게 염색되어 있다.
브론즈를 구부리고 표면을 두드려 제작한 신작 〈산 — 아워스〉는 공중에서 낮게 매달려 관람객을 맞이하는가 하면, 나무 좌대 위에 선 둥근 형태의 작업은 벽면의 다른 회화를 작품 내부의 공간으로 함께 담아낸다. 꽃잎을 닮은 곡선 고리를 두른 〈산 — 꽃〉은 돌고 도는 시간의 순환을 상기시키며 봄의 풍경에 방점을 찍는다. 작가가 그려낸 새로운 계절의 산수 안에서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모양과 방향이 변화하는 작품 사이를 거닐며, 시간과 세월의 흐름을 마주할 각자의 용기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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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갤러리] 강서경_산 ㅡ 아워스 #24-01 |
강서경: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이후 영국 왕립 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8년에는 아트 바젤(Art Basel)에서 ‘발로아즈 예술상(Baloise Art Prize)’을 수상한 바 있다. 작가는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자신의 회화적 언어를 확장하고 있다. 자신의 신체 및 개인사에서 추출한 서사적 요소들뿐 아니라 한국의 여러 전통적 개념과 방법론을 재해석해 자신만의 조형 논리로 직조한다. 전통이라는 과거의 시간을 현재의 시점으로 소환해 구축해낸 새로운 시공간 속에서 각 작품군은 서로 유기적으로 헤쳐모이며 오늘날 개인이 뿌리내릴 수 있는 역사적 축으로서의 공간적 서사를 제공한다.
자료제공 :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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