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길을 이어주는 나무집 <NANI GUEST HOUSE>

육상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3-06-22 23: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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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채 하늘만 바라보는 사이, 세상이 길을 막기도 지우기도 한다. 길이 사라지면 머물러야 한다. 그래도 온기와 바람이 흐르는 한 평의 공간이라면 "행복하다고,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여행자라면 더더욱.

부부의 특별함이 돋보이는 공간

나니 게스트하우스에는 특별함이 있다. 전문가들도 숙연해지는 나무에 대한 이해와 실전 능력이다. 요즘 지어지는 대개의 목조주택은 당연하게 숙련된 목수를 통해 완성한다.

그래서 이 집이 특별한 걸까? 나니 게스트 하우스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지었다. 우선 건축주가 톱과 망치를 들고 목수를 대신했다. 외장에 쓰인 나무는 목재의 각재를 켜고 남은 자투리로 마감했다. 이 재료로 건축 외장 마감한 경우는 매우 드문 데 아마도 큰 용기와 지혜가 필요했으리라 판단된다. 목재회사 창고에 쌓인 나무는 누구의 손을 거치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치 만별이다. 이 자투리 나무는 주인 부부의 재능을 통해 너무나도 간결하고도 아름답게 마무리되었고 특히 매우 경제적인 건축을 가능하게 했다.

 

  

 

손수 공구를 구입해 한 틈 한 틈 붙일 때 부부의 수고와 열정까지 고스란히 건축되었음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외형이 자유로움과 개성으로 마감된 만큼 내부 인테리어는 강렬한 색감과 무채색이 교차하면서 절묘한 공간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나무의 쓰임새가 참으로 좋은 집

누가 여기에 머물 수 있을까? NA(나) HOUSE는 가족을 위한 공간이다. 다양한 배색의 카페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은 주 건물에서 분리된 단독 침실이 자연에 기대어 배치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층 침실까지 더하면 두 가족이 어울려도 충분하다. 단지 외부 침실을 누가 쓸 것인지가 정리만 된다면….

외장 전체가 나무로 감싼 NI(너) HOUSE는 여자 셋 여행자들을 위한 쉼터다. 뜨거운 색감의 욕조에 하얀 살 드러내고 피로를 씻는 여자 여행자들이 자기들만의 수다가 천정에 울리는 상상만으로도 이 집의 가치는 농익을 거 같다. 일의 결과보다는 과정의 디테일이 여자의 것이라면 마치 누에의 몸에서 이어지는 미세한 실타래 같은 이야기가 NI(너) HOUSE의 안과 밖을 칭칭 감아 도는 밤의 시간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자신의 집보다 더 정교한 감성으로 지는 이 게스트하우스 NANI는 나무집의 디자인이 한 단계 성숙한 시공을 보여주고 있다. 설계는 실용적 공간과 도전적인 외형 디자인으로 유명한 스무숲 홍진희 건축가가 맡았다.


3년 전 본가의 작업에 이어 디자인한 이 집은 높은 천정을 통해 작은 집의 한계를 극복했고 막히는 듯하면서도 단절되지 않는 동선의 유려함 이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게스트하우스의 특징을 고려해 침대 방은 넓은 창을 통해 개방과 소통을 지향한다.

게스트하우스는 손님을 위한 공간이다. 아무래도 내 집보다 더 신경 쓰이고 세심한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시작된 나니 게스트하우스는 앞으로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 나무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제법 까다롭고 성가신 재료다. 세월에 따라 색이 바래고 여기저기 갈라터지기도 한다. 여행자들이 그런 현상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다른 길을 떠나기 위한 공간



산티아고 여행자들이 고행 길을 다시 찾은 이유는 결국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기억해 주기 때문이다. 나니 게스트하우스도 길이 아니라 공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긴요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들이 가끔 길을 잃는 이유는, 내 영혼과 몸이 머물 공간이 사라져서이다. 집은 길을 이어주는 삶의 휴식처임을 나니 하우스를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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