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의 사무실 ‘Wieden+Kennedy Office’... 자연에 의지하다

강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25-01-30 22: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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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건축팀은 창의로운 현장의 역사를 살폈다. 그리고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창의의 심장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월드컵을 앞두고 다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전을 짠다. 아예 심드렁한 사람도 있고 이 거대한 축제의 이면에 어떤 비참한 속살이 숨겨져 있는지를 근심하는 사람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화끈한 응원과 새로운 관람법을 생각하면서 흥분과 긴장을 나눈다. 한편 일각의 어떤 이들은 장기간 밤을 잊은 채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수많은 업체와 소통하면서 마감 직전까지 피를 말린다. 대표적으로 시즌에 적합한 광고물을 준비해야 하는 팀이 그렇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나이키를 주요 클라이언트로 둔 광고 에이전시 와이든+케네디(Wieden+Kennedy, 1982~)가 축제의 계절을 고되게 통과하는 방식이다.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고 원하는 성과를 얻기 직전까지, 그들은 전과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광고 효과도 가져가면서 기한까지 맞춰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광고 업무는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모든 업무는 힘들고 지친다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 인스타그램의 최고경영자 케빈 시스트롬에 따르면, 회사의 업무는 창의적인 아이템을 개발하고 만드는 일에 딱 50%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나머지 50%는 불행히도 잡무다. 밖에서 보기엔 한없이 쿨한 회사들이 알고 보면 가치가 없어 보이는 자잘한 일들을 해결하느라 진땀을 뺀다는 것이다. 광고계라 해서 다를 것은 없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시작해 뉴욕, 런던, 암스테르담, 상하이, 베이징, 도쿄, 델리와 상파울루 등 세계 각국 수도에 지사를 둔 거대 광고 기업 와이든+케네디의 업무도 마찬가지다. 월드컵 시즌을 맞아 온 세상이 그들이 만든 매끈한 나이키 캠페인을 유튜브로 손쉽게 즐기고 있지만, 그 5분짜리 바이럴 영상 하나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과 노동과 시간이 압축되어 있다. 눈물 난다.

 


새로 단장한 3층 규모의 뉴욕 지사는 그런 피곤한 업무들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고, 수많은 광고 기업들이 실무자들의 창의를 강조하면서 구축하는 화려한 내부 인테리어가 업무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측이 건축사 사무소 ‘워크ac(WORKac)’를 찾아가 의뢰한 내용은 다소 딱딱할 수밖에 없었다. “놀이터 같은 사무실을 원하지 않아요. 거기서 벗어나서 진짜로 크리에이티브의 심장이 뭔지를 표현해야 합니다.” 요구를 접수한 워크ac는 먼저 장기적인 자료 조사에 들어갔다.

 

 


그간 각종 광고 기업들이 어떤 디자인으로 사무실을 구축해왔는지를 역사적인 관점으로 살펴본 것이다. 수많은 광고 회사들은 진보적인 디자인의 변천사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최첨단에 가까운 실내 건축의 시대적인 요소들이 거기 다 있었다. 그런데 그 새롭고 참신한 디자인이란 어디까지나 사무실을 찾아오는 광고주들을 일시적으로 유혹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한바탕 유행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쓸모와 무관한 세계만 남아있을 뿐이다. 게다가 더 오랜 시간 사무실을 지키는 사람들은 사원이다.

긴 조사 끝에 발상의 전환이 시작됐다. 근본으로 돌아간 것이다. 완성된 약 1,400평(50,000 스퀘어)의 내부는 광고 회사치고 너무 보수적이지 않나 싶을 만큼 오로지 직원의 사무와 복지에만 집중해 있다. 사방이 탁 트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사무실을 출입하는 모두에게 안정감을 안겨주는 방식으로 설계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공간을 추구한다고 해서 그게 성의 없이 게으른 디자인을 적용한다는 의미로 대체될 수는 없다. 월넛으로 만든, 6층과 7층을 관통하는 둥근 계단 ‘센트럴 코인 스테어(Central Coin Stair)’는 안정과 창의를 동시에 상징한다. 짙은 색감으로 중후하고 믿음직한 인상을 주지만 통째로 쓰기엔 무겁고 칙칙한 원목을 층과 층 사이에만 배치한 것이다. 월넛은 언제나 그렇듯 부분적으로만 쓸 때 더 빛이 난다.

 

더 오래 머무르는 사람을 위하여



8층 도서관의 외벽을 채운 대나무 무늬목도, 야외 휴식공간의 가지런한 데크도 특별할 것은 없다. 공간의 목적에만 충실하면 그만이다. 세련된 디자인 이전에 건축팀은 사무공간을 중심으로 직원들이 많이 드나드는 미니바, 헬스장, 요가실 등의 동선을 제대로 짜는 일에 더 신경을 썼다. 더 오래 머무르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 오래 머무르는 그들이 대면해야 하는 광고주는 오랜 파트너 나이키를 비롯해 페이스북, 코카콜라, ESPN, 혼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삼척동자들이 다 아는 어마어마한 브랜드의 책임자들이다. 그들을 장기간 설득하고 붙잡으려면 수사가 아닌 본질로 승부해야 한다. 그리고 차원 높은 제안과 협상과 합의가 이루어지는 현장은 놀이터가 아니다. 더 나은 광고에 대한 자신감과 의무감은 엄격하되 편안한 공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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