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에 반복되고 전승되는 과정에서 개입된 익명의 창조성에 주목
2026년 3월 19일(목)–5월 10일(일), 국제갤러리 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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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경 〈안구선사〉 2025, Oil on canvas, 139.5 x 20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국제갤러리는 오는 3월 19일부터 5월 10일까지 K1에서 박찬경의 개인전 《안구선사(眼球禪師)》를 개최한다. 국제갤러리에서 9년 만에 선보이는 전시는, 최근 작업한 회화 20여 점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박찬경은 지난 30여 년 동안 분단과 냉전, 전통과 민간신앙을 하나의 렌즈로 삼아 한국과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살펴왔다. 근대화·서구화의 과정에서 억압과 찬양, 단절과 계승이라는 이분법적으로 가늠한 전통의 선택지를 지양하고, 반복적으로 출몰하는 병적 징후이자 의문, 에너지 혹은 자원 등으로 여긴다.
이번 전시에서 사찰 벽화와 조선 민화를 재해석하면서, 민간의 전통 미학에 내재한 그로테스크, 숭고, 판타지, 유머 등을 이끌어낸다. 탱화나 민화, 때로는 만화적 형식을 뒤섞고 간추리며 과장하는 방식은, 흔히 ‘문화유산’이나 ‘전통문화’라는 안온한 틀을 지우고 그 자리에 “졸고 있는 전통의 관념과 이미지들을 깨우고자”를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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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경 〈혜가단비도〉 2026, Oil on canvas, 130.5 x 194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전시 제목과 동명의 작품인 〈안구선사〉(2025)는 한국 사찰에 흔히 그려지는 ‘구지선사(俱胝禪師)’ 이야기를 변형한 것으로 손가락 하나를 세워 깨우침을 당나라 승려 ‘구지선사’의 서사가 배경이다.
갑자기 손가락을 잃고 경악하는 제자의 모습에는 간절한 기원이나 초월의 결기를 담은 표현과 함께 짓궂은 농담 혹은 만화적인 과장도 자주 뒤섞여 나타난다. 작가의 작품 속 동자는 화가 또는 작가 자신을 비유하기도 하며, 항상 무언가를 모방하다가 눈이 뽑히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다소 자학적인 '시각예술가'의 선문답이라고도 볼 수 있다.
도를 얻기 위해 자신의 팔을 잘랐다는 혜가의 고사를 그린 〈혜가단비도〉(2026)와 스승에게 화로를 머리에 이고 가 불법(佛法)을 배우고자 하는 결의를 보인 혜통의 이야기를 해석한 〈혜통선사〉(2025) 역시 불가에서 전해오는 에피소드를 일종의 ‘선불교 그로테스크 SF’로 변형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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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경 〈고란사〉 2024, Oil on canvas, 70 x 70 cm (3 panels),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한편 〈족자〉 연작은 캔버스와 족자 사이의 언어 게임으로, 동서양의 문화적 경계에서 연행하는 외줄타기와도 같다. 〈괴석 1〉(2025), 〈괴석들〉(2025)과 〈프로젝션〉 연작은 기암괴석 그림에 배어 있는 현학(玄學, 노장사상에서 말하는 우주의 오묘한 이치)에 대해 묻는 일종의 ‘그림 퀴즈’로, 작가는 옛 괴석도가 이미 ‘인류 없는 우주’를 상상했다는 점에서 인간 중심의 사유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박찬경은 이번 전시를 통해 회화에 대한 최근의 생각을 드러내는데, 특히 개인의 독창성이나 개성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공동체에 반복되고 전승되는 과정에서 개입된 익명의 창조성에 주목한다. 민화와 산수화가 그림 속에 또 다른 그림을 삽입하고 문자와 이미지를 상호 참조하며 기존의 도상을 흉내 내면서 오랜 시간 스스로 갱신해 왔듯, 이번 출품작 전반에는 이러한 ‘집단적 독창성’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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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경 〈프로젝션 3〉 2026, Acrylic and pigments on paper, 87 x 118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박찬경(b. 1965)은 1988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사진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작가로 선정된 바 있으며, 주요 개인전으로는 《Park Chan-kyong: Gathering》(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 미국 워싱턴, 2023), 《안녕 安寧 Farewell》(국제갤러리, 2017), 《신도안》(아뜰리에 에르메스, 2008) 등이 있다. 또한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귀신 간첩 할머니》(2014)의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국제갤러리 한옥 기획전 《아득한 오늘》(2025)을 선보이는 등 기획자로서의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파리 카디스트(KADIST), 홍콩 M+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국제갤러리 K1에서 2026년 3월 19일(목)–5월 10일(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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