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공예가 스티안의 Daily Handcraft...365개의 스푼으로 전하는 수공예의 참된 의미

정인호 / 기사승인 : 2025-07-20 20: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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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공예 디자이너 스티안(Stian Korntved Ruud)은 지난 일 년 동안 참신한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이른바 ‘데일리 스푼(Daily Spoon)’이다.

그는 수 세기 동안 목조각 문화가 번영했던 노르웨이에서 활동하는 작가다. 그곳의 디자이너들은 따뜻하고 올곧은 나무를 꾸준히 좋아했고 다양한 물건의 재료로 이용해왔다. 하지만 그는 최근 몇 년간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목공예품들이 쉽게 쓰인 뒤 버려지며 본질이 훼손되는 것을 느꼈다. 스티안은 전통 기술로의 회귀를 도모했다.

그는 오로지 수공구만을 이용해 매일 하나의 목공예품을 만드는 ‘데일리 스푼’을 구상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그는 일 년간의 결과물을 모아 전시를 하고 책을 낼 것을 자신의 SNS를 통해 알렸고 대중들과의 암묵적인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스티안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오랫동안 늘 가방에 톱을 넣고 다녔다. 여행을 다니거나 동네 어귀를 산책할 때 나무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그는 수집했던 나무를 지난 1년간 전부 사용했고 ‘데일리 스푼’을 완성했다. 

 

 


스티안은 매일 새로운 디자인의 숟가락을 자신의 인스타그램(@stkoru)에 올렸다. 형태 뿐 아니라 수종 역시 오크, 월넛, 애플우드, 마호가니 등 가급적 다양한 것을 선보였다. 스케치를 한 뒤, 숟가락의 형태에 어울리는 수종을 고르고 그에 적합한 수공구를 이용해 조각하는 것이 그의 작업 방식이었다. 이는 나무를 유기적인 형태로 깎아내며 목공예에 대해 깊이 이해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나타낸다. 스티안은 나무를 잘라내야 할 부분이 많을 경우에는 도끼로, 정제된 형태가 필요할 때는 조각칼을 이용하며 핸드크래프트의 본질에 몰두했다.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었기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다. 때로는 하나의 스케치를 토대로 만족하는 결과물이 만들어질 때까지 여러 개의 숟가락을 조각하기도 했다. 자그마한 소품이라도 절대 허투루 만들지 않겠다는 그의 집념이었다. 숟가락의 형태, 나무의 가공성에 따라 30분 만에 조각을 끝낼 때도 있었고 3시간이 걸릴 때도 있었다.  

 


간혹 기발한 디자인이지만 숟가락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미심쩍은 작품들이 태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실용성과 미의 균형을 위해 끊임없이 생각한다는 것에 더욱 의미가 있다. 스티안은 나뭇가지나 수피, 옹이, 곰팡이 등 나무의 본질적인 무늬를 스푼에 나타냄으로써 물성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결코 긴 시간은 아니지만 매일 고민하고 행동해야만 했던 ‘데일리 스푼’은 많은 이들에게 공예가의 정체성에 대해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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