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포 개이전 <내가 던진 모든 질문>...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

육상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6-08-24 19:58:59
  • -
  • +
  • 인쇄

 

 

 

자연을 순례한다. 여전히 인간의 말이 되지 못한 자연의 언어가 침묵의 궤도에 승선해 숲을 거닌다. 북서풍과 남동풍이 교차하는 순간에 사막의 건조를 머금은 인간의 언어는 조형 사물에 물들어 만물의 이치를 독배한다. 만물이 펼치는 감각에 스튜디오포(Studio_Foh)는 작은 몸을 눕힌다. 숲의 틈바구니로 비친 하늘을 그리고, 쓰러진 것을 매만지고, 물질을 다듬어 사물을 짓는다. 알아주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몰라주어도 서운하지 않다. 오로지 자신 앞에 놓인 사물의 미세한 생명 감각에 천착할 뿐이다.

스튜디오포의 사물은 분명히 어떤 것으로부터 비롯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존재한다. 어떤 것은 언어가 되고, 어떤 것은 순수한 기능이 된다. 관객이 사물과 기물의 미묘한 상호작용을 눈치 챌 수 있다면 다행이다. 사물의 표면은 스튜디오포의 감각이 드러난 기호다. 그것은 생태주의 세계관이나 자연의 사유를 갈구하는, 그래서 관습의 시선을 극복한 자리에 홀연히 피어나는 식물성 의식이다. 다시 말해 삶에서 비롯되고 자연으로 말미암은 정신이다. 예술과 기물의 구분은 작가에게 보잘 것 없는 아류적 형식일 뿐이다. 작가의 삶이란 나른한 미적 상황을 극복해가는 투쟁 그 자체이고 무한한 지속일 때, 스튜디오포는 그 안에 온전히 머문다.  

 


스튜디오포의 개인전 <내가 던진 모든 질문>은 자기 서사의 대한 그동안의 질문이자 응답이다. 작가의 삶과 객관적 세계가 마주하는 공간이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타자의 존재 위에 존재하는 세계관의 흐름이다. 사물이 햇빛과 소리와 냄새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무의식의 의식이 기체를 이루는 장소이다. 

 

작가는 질문의 발생이 형태로의 전이되어 일상으로의 확장하는 상태를 낳아, 보이지 않고 단지 인지되는 상태로 남겨 두겠다고 선언했다. 조각에서 공예로, 일상에서 다시 조각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이동 경로를 한 자리에서 보여주고, 결과가 아닌 태도로 바라보는 작가의 작업 세계가 포용적을 제시된다. 사용 가능한 기물의 곡선에 조형적 질문이 그 연장선에 흐르는 채로.

 


전시 구성 ‘Zone 1’은 나무와 풀, 곤충이 호흡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다. 서사는 자아와 내면에 외부 세계의 논리를 심는 일이다. 스튜디오포는 하찮고, 연약하고, 쇠락한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일상에 드러나 있지만 소외된 것들에게 건네는 따스한 시선으로 숨과 온기를 채운다. 낯선 것으로부터 익숙함으로, 익숙한 것으로부터 진솔함을 형상화한 작업이다.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나 생물에 그 자체에 다가가는 여정이다.

‘Zone 2’는 바위와 돌이 호흡하지 않고 어떻게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숨 쉬지 않으나 살아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제례의식이자 우주의 끝을 바라보는 행위다. 돌은 우주의 탄생을 경험하는 물질의 표상이자 물성 그 자체다. 그것은 우리 곁에서 광물의 결정체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무궁한 가치를 지닌다. 스튜디오포가 바위와 돌에 던지는 질문은, 무던히 보살핌으로써 사물에서 생각이 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도덕심이고 마땅한 의무라는 사실에 다가가기 위해서이다.  

 


‘Zone 3’는 입자와 순환에 대한 순도 높은 질문이다. 자연의 존재 원리에 조응하는 몸의 질문이자 생명의식이다. 모든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가 사라진 자리에 사물은 어떻게 존재하고, 무엇으로 남겨져야 하는가에 대한 이해와 연민의 발로이다. 몸의 가려움이 물질과 현상으로 존재하듯이, 입자의 운동이 언어화가 되지 못한 물질의 이미지로 인식할 때, 비로소 자연은 순환한다. 스튜디오포의 질문은 입자가 조형 이전에 생명력의 최소 단위로 수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역설적으로 구했다.

‘Zone 4’는 사물의 균형에 대한 방향과 태도에 관한 질문이다. 중력, 균형, 이동, 공명, 입자로 인식하는 사물의 관계는 불안정과 긴장의 맥락 속에서 비롯되고 말미암아, 순환적 물질 생태계를 제공한다. 돌과 둥근 사다리를 들어 올리는 벌레 먹은 낙엽의 기하학적 생태 운동은 사물의 공동체가 이루고자 하는 꿈이자 추상이다. 스튜디오포는 사물 스스로가 잉태한 중력으로 존재 위에 존재하는 의식의 흐름이다. 여기서 발생된 모든 질문들은 서로 관계하는 사물들의 조형 이미지와 구조 안에 포집되어 우리 앞에 드러날 것이다.

 

 


스튜디오포는 과학과 예술을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듯, 순수와 실용 역시, 사유와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미술적 실험과 태도가 우리의 삶을 더 단단하게 지탱할 수 있다고 믿는다. 더불어 속도와 효율 대신,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를 되묻는다. 인간은 필요한 사물과 의식화된 사물을 동시에 취한다. 어느 하나가 결핍된 상황을 수용하지 않는다. 세계-나-존재라는 하이데거 식 구조 위에 현재성을 추앙하는 각별한 존재들이다. 있고- 없음에 대해 민감해 하는 몽상적 생명체다.

스튜디오포가 지은 사물의 정신은 이미 일상의 감각에 점지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일상에서 감각된 포자를 터뜨려 인간의 경험과 관계하는 물질의 시・공간성을 재배열했다. 나무와 풀과 곤충이 넘실대고 바위와 돌이 무심한 가운데, 입자가 순환하는 전시 공간에 들어선 관객들은 무엇을 감지해야 할까. 그것은 작가가 던진 질문에 감각적으로 응대해야 하는 책무일 수도, 아니면 스스로의 질문을 찾아내야 하는 숙제의 더미일 수도 있다. 아무튼, 우리 모두가 자연을 순례가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글 육상수 (미술평론)

[저작권자ⓒ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AD

관련기사

백연수 개인전 <끝나지 않은 장면 Unfinished Scene>... 무던한 살핌의 조각 미학2025.09.18
이태훈 개인전 ≪꿈꾸는 선(線)≫,,직선이 흠모하는 곡선의 별무리2025.11.21
공예페어와 미술페어의 차이점2025.12.28
공예의 어떤 우상(偶像)2026.01.06
공예에 있어 경계(境界)와 한계(限界)2026.05.03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