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이 바뀌면 효율이 오른다

중학생 아들은 매일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아파트를 출발해 철근콘크리트 교실의 학교에서 공교육을 받는다. 방과 후 다시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학원에서 과외를 마치고 밤늦은 시간에 집으로 귀가해 콘크리트와 함께 잠든다. 아이가 잠시 딴청을 피워 들린 피시방도 분식집도 콘크리트 벽돌 건물이다. 인터넷 검색 창에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입력하면 관련 검색어가 인접 언어로 초라하게 몇 줄 뜬다.
지금, 아이들의 공간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하던 하루 종일 공간에서 산다. 중·고등학교 때는 더욱 그렇다. 야외 운동장에서 땀 흘리는 일은 거의 없다. 부모가 좋아하지도 않는다. 이쯤에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실을 가봤다. 휴식 시간의 아이들은 재잘거리는 소리 만큼이나 몸은 공중을 난다. 특히 계단은 아이들의 뛰는 발걸음이 무수히 엇갈렸다. 넘어지거나 부딪히면 바로 골절일 텐데 아이들이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콘크리트가 인체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를 간략히 적시해 본다. 환경적 부분은 제외하고 대표적인 것이 사람의 체열을 앗아 간다는 점이다. 콘크리트의 그늘은 쌀쌀하고 눅눅하다. 습도 조절은 기능은 없다. 오히려 대기의 습도와 저온을 실내로 유입한다. 같은 20℃에서 나무집은 온화하지만 콘크리트는 음습하다. 나무의 의학적, 과학적 기능과 효과에 대한 정보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 이유는 비용과 사후 관리 때문이다. 이 이유로 누구나 나무를 사랑하지만 가까이 두지 못한다. 부모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에 보탤 것 하나가 있다면 나무 공간을 심어줬으면 좋겠다.
어느 영어학원의 도전

한 달 전 카톡으로 한 장의 사진이 도착했다. 사진은 나무로 감싼, 반원형의 감성을 물씬 풍기는 공간이었다. 어느 곳인지, 용도 무엇인지 궁금했다. 답변이 오기까지 카페, 레스토랑, 숍을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 새로 여는 영어 어학원 ‘심슨’의 10번째 공간이었다. 나무의 감성과 효율이 청소년 공간에서 어떻게 전해질까 궁금했다.
노원구 중계동의 은행 사거리는 강북의 학원 메카로 알려진 곳이다. 밤 10시가 되면 인접 중·고등학교의 대부분 학생들이 지친 모습으로 쏟아져 나온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성적은 미래를 위한 준비다. 당연히 좋은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공교육이나 사교육이냐는 무의미하다. 각 학원의 교육 이념과 담당 선생님의 능력을 차별화한 광고 전단지는 본 적이 있지만, 이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환경과 그들의 감성을 배려하려는 학원이 있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래서 심슨어학원이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다.

학원 내부는 안내 데스크를 중심으로 부채꼴로 길게 펼쳐져 있다. 안내 데스크는 학생들의 동선을 한 눈에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다섯 번째 이곳을 디자인해 온 ‘메이크 人’ 윤종현 소장은 안내 데스크의 중심선을 심슨어학원의 공간 브랜드로 설계해 지속해오고 있다. “어학원은 무엇보다 목적성 설계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개성이 다양한 아이들을 공부 만큼이나 관리도 중요해, 마치 망루에서 공간을 내려다보듯이 안내 데스크는 효과적으로 시야를 확보하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내부 벽의 대부분은 목재 수종별로 합판을 길게 잘라 붙였다. 잘라진 목재는 독특하게 디자인한 윤 대표의 설계 궤적을 따라가면서 전혀 다른 가치로 바뀌었다. 때론 감성으로 혹은 화려함으로, 콘크리트의 차가움과 단조로움이 따뜻함과 생기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심슨어학원은 인테리어는 목재의 감성과 효능 외에도 공간의 어느 한 곳도 낭비되거나 소홀이 다루지 않았다. 각종의 넘쳐나는 서류를 정리할 수 있는 사물함과 동선의 극대화, 각 방의 독립성과 연결성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공간의 경제성은 물론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적도 도모했다. 물론 더 좋은 목재 재료를 써 품격을 높일 수 있음을 디자인을 책임진 윤 소장이 모르지 않겠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 어학원 인테리어의 품격을 이 정도로 끌어 올린 것만 해도 그의 수고로움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의 가장 중심에는 심슨어학원의 남다른 안목과 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기초해 있으리라 판단해 본다.
좋은 학원의 조건

학원의 기본은 좋은 교육에 있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학원이 내거는 슬로건이다. 그 속에서도 질과 양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학원의 공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심슨어학원의 심호길 대표는 윤종현 소장과 꾸준히 작업을 함께했다. 심 대표는 윤 소장의 아이디어와 뚝심을 샀고, 윤 소장은 심 대표의 교육 가치와 남다른 안목에 동조했다. 이 두 사람은 목재의 감성과 가치를 공유하면서 심슨만의 공간을 창출했다.
심슨어학원은 지역 학교에서 상위 10%의 우수생들이 모인 곳이다. 이 학생들이 모여 더 좋은 성적을 내려면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각고의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공간을 제공해야겠다는 원칙이 심 대표에게 있었고 그 고민을 윤 소장과 함께 현실화시켰다. 공부는 태도에서 오는 것이고 그 태도를 만드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름다운 공간도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는 것이 심슨어학원의 판단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상업 인테리어보다 많은 비용과 수고가 들더라도 장기적이 안목에서 투자하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공간

세상은 공간이라는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그 속에는 사람들이 산다. 공간은 시간이라는 유물을 담고 있으며 그것은 다시 역사라는 틀로 이어진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공간은 사전적 의미 이상으로 삶을 지키고 지배한다. 다음 세대의 생각도 공간에 담긴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의 의미는 다시 검토되어야 하고 시비가 가려져야 한다. 제법 큰 담론으로 들리겠지만 그 해답은 일상에서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바로 심슨어학원이 시작한 것처럼 누군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이 사회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킨다. 모든 진화는 최소의 점에서 출발한다. 만약 심슨의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그 작은 점이라면, 그 가치는 분명히 발아해 숲을 이룰 것이다. 심슨의 나무는 오늘도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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