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은의 작업은 하늘 속의 물은 어느 시기가 되면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구름을 만들고 비가 되어 만물을 탄생시킨다는 ‘우운화생(雨雲化生)’의 세계관에서 출발한다.
빗살무늬 토기의 표면에 겹으로 교차한 흔적은 비의 동적 형상이다. 비는 고대인들에게 생명 탄생이자 동시에 생존을 위협하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오늘날 추상으로 읽히는 이 문양이 당시에는 삶과 직결된 구체적인 형상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물과 음식을 담는 쓰임의 토기는 당연히 ‘유용’의 영역이겠지만, 비의 문양을 은유한 빗질의 즐문(櫛文) 토기는 무용의 영역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생의 본질을 시각화한 것이다. 한 몸에서 피어나는 물의 기운이 유무의 결사체를 이루고 흙을 재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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