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에서 이해로 이어지는 모던 사진, 사진가
김용호 사진가의 40년 아카이브 사진 북 <포토랭귀지> 출판됐다.
한 분야에서 인정받기도 쉽지 않은데 패션, 광고, 다큐멘터리, 순수 등 사진의 모든 장르를 섭렵한 유일한 사진가가 있다면 바로 김용호다. 그의 사진은 작가의 선험적 경험에서 비롯된 무의식, 자유함, 직감으로 동시대 욕망과 미학의 정도를 표준화했다.
김용호의 사진 언어는 푼크툼으로 발화해 스투디움으로 안착하는 매개 능력이다. 강력한 자극과 이면의 순수성이 교차하면서 대중을 이끄는 힘이 있다. 상업지의 지면 위를 뒤덮은 고혹적인 사진 속에는 슬픔이 지천하고, 자동차 공장 내부는 조형성이 지지하고, 연꽃 사이를 덮고 있는 옅은 하늘에는 열반이 깃들여 있다.
김용호의 사진 도처에는 긴 서사가 흐른다. 한 장의 사진에는 그 너머의 존재를 징후하는 연작 혹은 장편 영화의 기운이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퍼진다. 이는 김용호 사진이 단거리를 지나 오늘까지 장거리 선수의 지치지 않은 근력과 소화력 때문이다. 40년 동안 대중을 이끈다는 것은 히말라야를 수십 번 건너는 수행자의 태도와 일치한다.
패션 사진 속의 여인들의 작은 표정에서 어떤 고독이 흐르는지, 광고 사진의 테이블 모서리에 쓰러진 와인잔에는 어떤 욕망이 담겨 있는지, 현대자동차 사진에 조각된 감각은 무엇인지, 다큐멘터리 사진 위를 덮은 서사의 단서는 무엇인지, 순수사진에 깃든 미학에 동의할 수 있는지는, 시대의 욕망과 슬픔을 시각화한 그의 사진집 <포토 랭귀지>를 톺아보고 나서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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