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는 바다를 끌어 올렸다. 가지마다 물고기 나무를 매달고 있다. 동심을 자극하는 이 작품은 이용기 작가의 ‘人(인)+木(목)=休(휴)’ 시리즈 중 하나다. 미처 몰랐겠지만 이는 진짜 나무가 아니다. 표피를 덮고 있는 재료는 스테인레스기 때문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다
이용기 작가는 이 작업을 위해 실제 나무에 스테인레스를 덧대어 작업을 했다. 나무의 기둥과 가지가 지니고 있는 선을 고스란히 살렸기에, 재료는 바뀌었지만 나무라는 물성은 변하지 않고 살아있다. 더욱이 나무가 지닌 특유의 따뜻한 인상은 스테인레스의 차가움을 덮어 주고, 가지에 매달린 물고기 조각 또한 딱딱한 이미지를 상쇄시키고 있다. 물고기 조각의 경우 원래 구둣주걱으로 작업한 것으로, 여기에 구멍을 내 물고기 형태로 변형한 것이다. 소재와 용도의 반전이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누군가는 나무 아닌 나무에 위안을 얻고 추억을 쌓는다.
작가는 350여 년 된 포구나무를 어떤 변형이나 제재 없이 반으로만 딱 잘라 테이블을 만들었다. 350년이라는 세월의 힘도 따라왔다. 표피를 떼어내지도, 이끼를 제거하지도 않았다. 일반적인 가구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것들이 이용기 작가의 테이블에는 존재했다. 그는 나무가 주는 모든 것을 버리지 않고 작품의 일부분으로 가져왔다. 비단 보이는 부분만이 아니다. 눈에 볼 수 없는 나무의 향 또한 전시실에 맴돌았다.

“처음 이 작품이 전시됐을 때는 그 향도 어마어마했어요. 포구나무가 내뿜는 향이 실내를 가득 메울 정도였으니까요. 나무는 단순히 눈으로만 감상할 수 있는 소재가 아니에요. 코로 맡아보고, 손으로도 만져도 봐야 진짜로 느낄 수가 있죠.”
이용기 작가는 전시가 처음 되던 때의 그 장면을 되새겼다. 지금은 실내가 건조하여 향이 많이 사라진 상태이지만, 그는 나무가 내뿜던 처음의 향을 잊지 못한다는 듯이 말했다. 나무는 인간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것을 내어준다. 이용기 작가는 나무의 헌신을 소중히 여기고, 본모습 그대로를 살림으로써 관람객들에게 그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人(인)+木(목)=休(휴)’라고 작품의 제목을 지은 이유 또한 그러하다. 인간과 나무가 만나는 지점이 다툼이 되기보다 서로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관계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용기는 더욱 가까이서 작품을 접할 것을 권유했다. 다가가서 보고 만졌을 때 숨겨져 있던 나무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칠도 하지 않아 고스란히 자신의 속살을 드러낸 나무는 실로 부드럽고 유약했다. 그러나 표피에서는 단단함이, 그리고 거기서 자라나는 아주 작은 가지에서는 생명의 강인함까지 느껴졌다. 나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웅장했다.
나무와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을 받치고 있는 다리가 다름아닌 돌이었다. 지리산에서 공수한 마천석은 나무의 단단한 표피와도 닮아 있었다. 자연이 만들어낸 두 소재의 조합은 위화감 없이 어우러지고 있다. 여기에 인간이 더해진다면, 이 또한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작가의 테이블은 자연이 만들어낸 위대함 앞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를 옮기고, 배치하는 것뿐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작품에서도 작가의 역할은 그리 많지 않았다. 디자인을 가미하거나 특별한 기술로 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나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고, 관람객들에게 잘 전달하도록 이를 전시실로 옮기는 것뿐일 테다.

“소재를 활용한 예술로서 공예를 재조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공예는 다른 예술 장르보다 우리 생활 주위에 있는 것들을 더 많이 활용하니까요. 테이블 다리에 쓰인 돌 또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지만 작품에 들여왔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을 전달할 수 있지요.”
이용기 작가는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나무를 업으로 삼아왔다. 아마 그 오랜 시간 동안 나무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 왔기에 지금과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작가는, 특히 소재를 다루는 공예가들은 소재 앞에서 엄청난 욕심을 느끼곤 한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 나무 본연의 색깔을 지우고 자신의 상념을 무리하게 집어넣어, 결국엔 소재가 작품의 부차적인 요소로 전락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나무를 만지는 작가라면 어떤 것보다 나무 그 자체에 집중하고, 거기서만 느낄 수 있는 가치를 드러내는 일이 먼저이지 않을까. 오랜 세월 나무를 만져온 이용기 작가는 이제 나무를 그대로 드러내는 작업에 집중한다. 작가의 개입을 줄이고, 대신 소재를 부각하는 것, 나무 본연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작업이 공예가로서 그의 역할 중 하나였다.
한식의 가치는 재료의 맛을 살리는 데 있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재료 그대로를 살린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질리지 않고 오래도록 입 안에 맛과 향이 감돈다. 이용기 작가의 나무 또한 그 레시피가 적용이 되어 눈과 코와 손에 진한 잔상을 남긴다. 부산을 떠나면서도 나무가 주는 아름다움이 계속해서 나를 맴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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