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구의 쓰임에 기본을 다하는 목수, 신성현

편집부 / 기사승인 : 2025-05-31 10: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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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를 만드는 목수는 어떤 마음을 품어야 하는지, 어떤 가구를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하는’ 목수를 만나다


“보리공방에서 만들어지는 가구는 반드시 쓰이는 가구가 되길 바란다”


우드플래닛(이하 우): 교육 공방으로 소개된 보리공방을 우드플래닛에서 본 적이 있다. 교육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신성현(이하 신): 교육은 작년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작업에만 몰두했는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더라. 공방 수익을 교육과 가구제작으로 분배했다. 교육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따로 있지만 수익적인 이유를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 보리공방의 교육은 초.중.고급 반으로 나뉘어 나름 체계적으로 운영이 되는 것 같더라. 교육을 하는 데 있어서 방침이나 수강생들에게 제안하는 방향이 있나?

신: 각 반마다 3개월 커리큘럼으로 진행된다. 방침이나 방향성이라고 거창하게 내세우는 것은 없지만 수강생 모두가 초급이든 중급이든 상관없이 판매할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 높은 가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예전에 내가 공방 수강생일 때, 교육을 받으며 만든 가구들이 공방에 방치되어 있는 걸 봤다. 나무도 아깝지만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가구가 쓰이지 않고 버려지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보리에서 만들어지는 가구는 반드시 쓰이는 가구가 되길 바란다.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 놓이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일은 참 중요하고 좋은 일이다” 



우:: ‘쓰이는’ 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신 목수가 생각하는 ‘쓰임’은 무엇인가?

신: 쓰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가 어떤 생각으로 가구를 만드는지, 내가 생각하는 가구가 무언지부터 말을 해야 이야기가 자연스러울 것 같다.

우: 그렇다면 어떤 생각을 하며 가구를 만드나? 

 


신: 목공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단지 만드는 게 좋고 재미있어서 가구를 만들었다. 그런데 20년이 흐르고 보니 문득 내가 무슨 생각으로 가구를 만드는지 돌아보게 됐다. 주문이 들어오면 종일 대패질을 하고 집성을 한다. 만들면서도 ‘나무를 어떻게 아낄까’, ‘시간은 어떻게 줄일까’ 같은 고민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때 이런 마음으로 가구를 만들면 안 되겠다는 반성을 했다. 그래서 가구를 만드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며 가구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을 해봤다. 그 결과 ‘사용자’ 였다. 내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이 가구로 인해 생활이 더 즐거워졌으면 하고, 좋아졌으면 한다. 적어도 나무를 아낄 생각이나 시간을 줄이는 계산만 하고 있지 말자는 것이다. 

우: 사람들이 가구 만드는 일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만큼 창업도 너무 쉬워진 것 같다. 목수는 자기만의 고집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 없이 일단 창업부터 하고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좋아 보이는 모습은 아니다.  

 


신: 그렇다. 예전에 지인이 내게 나더러 참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무슨 말인지 물으니,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 놓이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일은 참 중요하고 좋은 일이란다. 이 일을 절대 쉬이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도 해줬다. 내가 만드는 가구가 그저 나무 덩어리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누군가의 공간에 놓였을 때 어떤 역할을 하게 될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하더라. 나는 이 말을 참 진중하게 들었다.

“사용자에게 편안하게 다가가 더 많이 쓰일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쓰임이다”

우: 제작자로서 고민해야 하는 가구의 쓰임은 무어라 생각하나?

신: 기능에 적확한 형태에 대한 고민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어 이미 확립이 되었다고 본다. 나는 단지 가구가 사용자에게 쓰임을 얻을 수 있도록 고민한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옷장 속에 여러 벌의 옷이 있어도 자주 입게 되는 옷은 따로 있다. 그것처럼 사용하고 싶은 가구, 내 가구가 있는 공간에 머무르고 싶게 하는 것을 고민한다. 사용자에게 더 편안하게 다가가 더 많이 쓰일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쓰임이다.  

 


“내가 부여하는 가치와 대중이 인정하는 가치가 상통하는 목수가 되고 싶다”

우: 가구를 만들 때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나 철학이 있나?

신: 사실 가구 만들 때 피스를 박거나 기타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거리감을 두고 있지 않다. 뭐 필요하면 사용할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 이외에 신념이라고 한다면 내 디자인과 손이 닿은 가구이지만 사용하는 사람의 손을 타서 내 색이 온전히 빠지고 원래부터 그 사람의 것, 그 공간에 있던 것처럼 되길 바란다.  

 


우: 20년을 했다. 앞으로 어떤 목수로 보내고 싶나.

신: 교육은 계속 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해서 가구를 만들 수 있는 목수가 되고 싶다. 가구를 만드는 본질 이외의 것에 좌우되는 순간들이 지금보다 적어지길 바란다. 또 내가 만든 가구에 내가 부여하는 가치와 대중이 인정하는 가치가 통하는 목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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