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것들은 거칠고 투박하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우거진 열대 우림과 정해진 구역 안에 잘 정돈된 식물원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은 가공된 것에 익숙한 우리들 눈에 오히려 불편하고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자연스러움의 의미는 무엇일까.
네덜란드 디자이너 플로리스 뷔번(Floris Wubben)은 ‘Nature’, 즉 자연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작품을 선보인다. 나무가 가진 원래 성질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원초적인 자연스러움 이야기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자연물과 그렇지 않은 물성을 함께 결합시키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자연에 접근하기도 한다.
Nature=Fumiture, 자연, 가구가 되다
"자연은 제 디자인 방향에 가장 중심에 있는 소재입니다. 제가 만든 가구들은 모두 나무가 가진 성질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어요. 자연과 인간의 삶은 밀접한 관계 속에서 공존하지만 그것이 너무 당연해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죠. 자연을 우리의 일상 깊숙이 가져 오고 싶었어요."
자연스러운 것의 의미
‘넘버 3 벤치(No.3 Bench)’는 플로리스가 손에 꼽는 작품이다. 나무 소재만으로 작업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나아가 자연물을 대표하는 나무와 인공적인 재료인 폴리프로필렌을 결합시켰다. 서로 다른 물성이지만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저에게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서로 다른 재료를 어떻게 조합시킬지 걱정이 먼저 앞섰죠.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지만 이를 실현화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워요. 나무 그대로의 모습에 가느다란 금속 막대를 이용해 구불거리는 폴리프로필렌 조형물을 연결시켰어요. 접합을 시킨 것이죠. 폴리프로필렌이 가진 유연성을 이용해 나무의 곡선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했어요.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재료가 서로 조화를 이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움을 느껴요(웃음).”
그는 모험을 즐긴다. 손은 시행착오를 겪지만 전혀 지치지 않는다. 잘 알고 있는 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익숙한 것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마냥 즐겁다고 한다. 플로리스의 다음 프로젝트 소재는 에폭시와 세라믹이다. 작업 방식은 같지만 소재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소재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성질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은 그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움과 맥락을 같이 한다.
"저는 자연을 배달하고 있을 뿐이에요. 어색함 없이 집 안으로 들여놓는 거죠. 그래서 나무는 매력적인 재료예요. 자연이 가진 특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어떻게 작업하느냐에 따라 무한정 변형시킬 수 있거든요. 디자이너가 재료를 선택한다고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재료가 저를 선택하는 거죠. 공동 작업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앞으로도 작품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의 본성을 존중하면서 작업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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