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하면서도 진지한 사물의 언어를 활성화한 전시
팩토리2(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에서 3월 30일까지 열려
전시는 생명력의 휴식기인 지난 겨울 동안 작업실에 남겨진 몇 가지 재료로 사물 만들기와 그리기를 통해 부산물들을 세심하게 보듬는 일련의 과정을 매개하고 있다. 이는 다음 작품을 위해 체력을 보충하는 중간 매듭이기도 하다.
작품은 길거리에서 주운 나뭇가지로 몸에 걸칠 수 있는 빗자루 만들기, 날씨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변화한 신체 내부 환경 드로잉, 그리고 색연필 드로잉을 위해 깎여 나온 색연필 나무 조각이다. 이들은 작가에 의해 꺾인 존재 혹은 탈락한 존재를 상징하며, 동시에 남은 존재들이다.
전시 공간에 매달린 작업들은 경쾌하면서도 진지하다. 몸의 감각이 진동하고 사물의 언어가 몸을 감싼다. 몸과 사물의 잔해가 속성을 내뱉는다.
전시를 기획한 홍보라 큐레이터는 “그는 철학과 인문학 서적을 탐독하는 다독가이자, 철학 강의의 열혈 참여자이며, 서울 구석구석을 산책하며 발견한 파편들을 색연필 드로잉으로 남기는 기억의 기록자”임을 강조한다. 이어서 “규칙적인 반복 속에서도 우연성을 포용하고, 샛길로 빠지는 즐거움을 알고 있으며, 완벽한 질서를 구축하기보다는 미리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작은 오솔길을 발견하며 작업을 확장해 나간다.“라고 설명한다.
날씨를 기록하기 전에 부산물 돌보기
도자기를 전공한 우소아 작가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색연필 드로잉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표현하고 있다. 그녀는 날씨를 색과 형태의 집합소로 여기며, 이를 예술적 기록의 형태로 남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날씨를 주제로 한 기록 작업을 통해 자연의 변화와 일상의 감각을 재해석하며 미술의 경계를 확장해왔다.
이번 전시는 ‘주어진 것을 잘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태도와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체력을 다지고, 회복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감각을 열고 반응하는 ‘아마추어’(amateur)적 태도, 즉 잉골드가 말한 ‘조응하는 삶’과 공명하고 있다. 이는 화살촉을 맨손으로 잡아 과감하게 시간을 멈추는 우소아의 ‘용기의 시간’이자 ‘중간 다지기’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회복기의 노래이자 회복의 기록이다.
작가에게 있어 과정에 과정을 거듭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다. 전시장에 선보인 작업물들을 과정으로 한정하기에는 이미 자기 언어를 발산하고 있어, 조응의 과정으로 한정하기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전시장을 찾은 이미 관객들은 사물과 몸이 같은 방향으로 안착하는 실 상황을 충분히 눈치 채고 있었다.
우소아 작가의 개인전 《회복기의 노래: 중간다지기운동》은 MnJ문화복지재단 주관 하에 진행되는 '2025년 청년예술가 개인전 지원사업 For Youth Five Spaces'의 하나로, 국내 전시 기획 공간과 신진 예술가들을 연계하며 전시 기획의 전 과정에 걸친 협력을 독려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전시는 FACTORY2와 MnJ문화복지재단이 협력한 세 번째 전시이다.
전시는 팩토리2(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에서 3월 30일까지 열린다.
우소아는 2019년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를 졸업하고, 2021년 School of Visual Art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자연의 빛깔과 형상을 수공예적 태도로 드로잉하거나 사물로 제작하며, 현재는 그리기와 만들기, 그리고 읽기가 함께 이뤄지는 '미기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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