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티보가 들려주는 프랑스 목건축 이야기

유재형 기자 / 기사승인 : 2022-03-15 0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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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살아있는 존재이나 영원한 것은 아니어서 부지런히 돌봐야
콘크리트와 그 밖의 인공적 재료로 가득한 건축에 거부감
불완전함과 인생의 무상함에서 오는 아름다움 지향
▲ 추운 지방의 건축물은 산간 지형과 추운 겨울, 몰아치는 눈과 같은 거친 날씨에 적응하도록 만들어졌다. 반면 열대지역에서는 비와 태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건축이다. 건축물의 색이나, 들어오는 빛, 공간 모두가 완전히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돌과 나무로 집을 짓는다. 땅 위나 지하에 돌을 받치고 나무를 쌓아가는 방식이다. 나무로만 짓고 싶어도 여러 번 불이 난 경험이 있어 회피하는 편이다. 모든 계곡과 마을은 돌과 나무를 소재로 폐쇄된 구조를 집집마다 차별적 개성으로 집을 지어 사용한다. 오늘날의 건축가들은 이러한 전통적인 건축을 새롭게 해석해 현대 건축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전통적 건축을 해석하는 데 능숙하지 않은데 그 이유는 사람들은 똑같거나 비슷한 건축물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새로운 재료를 사용할 뿐 과거 방식을 반복해 건축하고 있다. 훌륭한 건축가들이 있어도 건축법이 보수적이고 경직되어 있어서 재량을 펼치기에 제한이 많다. 오늘날 프랑스 건축은 훌륭한 박물관처럼 보인다, 그래서 현대의 건축은 더 도전을 필요로 한다.


현재 프랑스에서, 주택 시공 중 나무주택의 포지션은.


▲ 고전적인 프랑스 건축물


프랑스 건축에서 나무 건축은 5% 정도를 차지하며 공공건물보다는 개인 주택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사람들의 대다수는 집을 짓는 데 있어 돌은 필수 재료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자식들에게 집을 물려주는 전통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나무는 일시적이지만 돌은 영원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리고 파리 같은 곳은 대형 화재가 많았기 때문에 법으로 밀짚 대신 콘크리트와 회반죽으로 돌과 타일을 사용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집에 대한 사고방식도, 가치도 많이 변화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집이 콘크리트와 그 밖의 인공적 재료로 가득하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연 재료인 돌로 만든 집은 오직 부유층의 전유물로 제한적 재료가 됐습니다. 오래 전 건축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일이 벌어졌는데, 생태의 중요함을 아는 사람들이 다시 나무 재료에 관심을 갖게 된 첫 번째 사건이 1968년 5월에 일어난다.

그것은 프랑스의 68혁명이다. 이 혁명이 실패하고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방식의 삶을 시도하고 싶어 했다. 양을 기르고 농부가 되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나무로 집을 지었다. 더 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의 형태나 기술적인 부분을 시도할 수 있었는데 당시에는 이러한 대안적인 시도들은 개인적 차원에만 머물고 있었다.

두 번째는 생태이다. 우리는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지속 가능한 방식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무는 생태학적으로 좋은 건축 재료다. 나무는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지역 건축가들이 이것을 활용하여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유럽 이웃들은 더 많이 나무를 사용하여 건축을 하는 추세이다. 나의 경우 나무 건축을 원하는 고객이 있기 때문에 시작되었다. 내가 먼저 제안하는 것은 아니었다. 요즘은 건축학교에서 나무에 대한 훌륭한 교육이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몇몇의 건축가들은 목건축을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 고색창연한 목재의 컬러가 아름답다.

 

▲ 오래된 목조주택 건축법

 

 

나무주택의 주된 건축형식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목주택은 오두막 형태의 집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주택은 나무를 표면에 사용한 현대의 건축물일 뿐, 아직까지는 프랑스에서 낯선 방식이다. 대부분의 목구조는 작업장에서 만들어지고 이러한 자체 제작물이 산업 재료와 함께 사용된다. 여전히 프랑스에의 목건축은 과거와 똑같이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건축을 반복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여행 갔을 때 접한 한국 건축에 매료된 경험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콜롬비아 같은 따뜻한 지역의 건축을 좋아한다. 지금은 프랑스 산간지역에서 건축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이나 일본, 콜롬비아를 따라 하기보다 이 지방에 적합한 목건축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내 건축의 숙제이기도 하다.

 

▲ 더운 지방의 건축물은 숲의 그늘에 가려져 있어야 효율이 좋다.

 

▲ 추운 지방의 건축물은 창호가 작아야 효율적이다.

 


프랑스인이 좋아하는 나무 수종과 실제로 많이 쓰이는 목재 수종은.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다른 데 보통 사람들은 사는 지역에서 자란 나무를 원한다. 보통 프랑스산 침엽수과인 가문비나무, 소나무, 낙엽송을 쓰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오트잘프(Hautes Alpes) 지역에는 아주 좋은 나무가 자란다. 낙엽송으로 가문비나무보다 더 비싸지만 혹독한 기후에 잘 견딜 수 있는 좋은 목재다. 프랑스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귀한 나무는 오크다. 오크는 바닥재로 많이 쓴다. 오크는 왕정을 상징하는 목재인데 생 루이왕이 오크나무 밑에서 정의를 제창했기 때문이다.

건축에 있어서 목재는 가구를 만들 때와 접근 방법이 다르다. 프랑스는 목재가구 분야에 긴 전통을 가지고 있고 월넛, 단풍나무, 너도밤나무 등 다양한 나무 종을 쓰고 있습니다.


나무는 시공 후 변형이 많은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며, 극복하나. 


▲ 전통건축에 신재료를 사용해 현대적 감각을 높였다. 

 

▲ 간략한 오두막 형식의 목조건물

 

나무는 살아있는 존재이나 영원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목재를 돌봐야 한다. 나무가 시간에 따라 형태나 색깔이 변한다. 이런 목재의 성격 자체를 건축 프로젝트에 작용하고 있지만 실행에 있어서 까다로운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사람들은 나무가 회색으로 변하거나 자연스럽게 낡아진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무를 화학제품으로 처리하고 보호하기 위해 페인트를 칠한다.

프랑스에서는 영원한 건축을 희망한다. 아마 우리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또 문화적으로 노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데, 그 이유는 젊은 사람의 힘을 노인의 지혜보다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어서다. 우리가 노인을 볼 때 생각하는 것은 “이봐, 그 사람 곧 죽음에 이를 것 같은데…”이다. 그 사람의 삶이 어떠했는지 그가 무엇을 아는 지에 대한 진가를 알려하지 않는데 이러한 문화적 배경은 곧 건축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의 와비 사비(Wabi Sabi)의 개념과 같은 불완전함과 인생의 무상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우리도 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무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동료 세바스찬은 시간에 의해 변해가는 점 때문에 자연재료인 나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건축물에서 나무의 색깔이 변해가는 점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또한 작업장에서 시안 구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는 목수에게 가장 최고의 작업 환경이며 공사장에서 시간이 절약할 수 있어서다. 나무를 재료로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콘크리트는 재료로 사용하기까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건축의 요즘 경향은.

현대적인 감각을 담은 지속 가능한 건축입니다. 지속가능성은 다음 세대의 삶까지 고려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진 제공 Thibaut Ceccaldi

 

▲ 건축가 티보 세칼디
티보 세칼디 (Thibaut ceccaldi)
프랑스 그라노블 건축 학교(Grenoble Architecture School)를 졸업한 젊은 건축가이다. 재활용 건축(Reused Architecture) 을 이론화한 지속가능한 건축의 석학, 장 마르크 후이겐 (Jean-Marc Huygen)을 만나 재활용 재료를 활용하여 워크숍을 진행했다. 프랑스 마르세유에는 건축가의 집 “Maison de l’architecture de l’isère”에서 열리는 쓰레기 활용에 대해 연구하는 “Ne pas jeter sur la voie public” 워크숍을 통해 재활용 건축에 대한 전시와 경험 및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는 산간지형 건축사무소인 “A g e n c e  d e s  t e r r i t o i r e s  d e m o n t a g n e”에서 일하며 산간 지역이라는 특수한 지역의 거친 환경과 제한적인 땅 위의 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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