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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쪽부터 김선아, 박지민, 최준우, 강덕호 작가 |
패널 : , 김선아, 박지민, 최준우, 강덕호
진행: 허재희 에디터
허 오늘 모이신 분들은 모두 건축 일을 하셨거나 여전히 건축 일을 하시면서 가구 만드는 활동도 병행하는 분들이에요. 진지하게 가구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 저 같은 경우엔 10여 년쯤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갔던 캐나다에서 가구를 배웠고,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건설에는 협업의 메커니즘이 작용해요. 건설 현장 속에 있던 개인이 그 현장을 벗어나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죠. 그렇기에 제2의 직업을 찾아야 했는데, 적성에도 잘 맞으면서 건축공학이라는 베이스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게 가구 만드는 것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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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준우 소장 작품 |
최 저는 꽤 유명한 건축 사무실에 다녔어요. 그러면서 유명한 소장들을 뵀는데, 그럴 때마다 그분들의 입지가 부럽기보다는 가구에서의 입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씀하신 대로 가구는 협업 시스템이라 다른 업체들과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등 피곤한 일이 많았죠. 그래서 더 혼자 오롯이 다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강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하자면, 일단 저는 개인적으로 건축을 예술이라고 보지 않아요. 자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적은 자본으로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가구를 선택하게 됐어요. 가구를 만드는 일은 예술 활동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경제활동으로서의 가구도 만들고 있어서 만드는 모든 가구가 작품으로서의 가구는 아니지만요.
박 다들 비슷한 케이스인 것 같아요. 앞에 분들이 말씀하셨다시피 가구는 자본 등의 영향을 건축보다 덜 받고, 개인이 혼자 컨트롤하는 과정이 대부분이에요.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보면 가구를 작은 건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건축을 하셨던 분들이 가구로 넘어오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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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덕호 작가 작품 |
김 건축이 걸림돌이 됐던 적은 없나요? 가구를 만들고 있지만 건축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해서 괴로울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처음 가구를 만들기 시작할 때 주위 분들이 왜 다리부터 만드느냐고 묻더라고요. 테이블 상판을 먼저 만들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말이죠. 그 뒤로는 일부러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오늘 가져온 가구는 잠자리에서 모티브를 얻은 거예요.
최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어요. 디자인에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가져온 의자를 만들고 나서 인식이 바뀌었어요. This is not a chair라는 이름의 작품인데 의자가 의자의 기능을 갖지 않아도 의자임에는 변함이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맞고 틀리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인식이 깨이는 계기였던 거죠.
박 항상 양면이 있는 것 같아요. 건축에서 받은 영향이 장점이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한계가 되기도 하고. 처음엔 제 가구를 보고 건축적이라고 하는 게 이해가 잘 안 됐는데, 보다 보니 기능이나 구조에 대한 고려가 건축적인 면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건 체화된 거라 굳이 거리를 두려 하지는 않아요.
허 건축만 하셨을 때 가구를 보던 시각과 가구를 직접 만들고 나서 가구를 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강 사실 건축에서 가구는 아주 중요한 거예요. 원래는 가구 디스플레이까지 책임지는 게 맞죠. 그런데 가구 시장이 분할돼 있기도 하고 그걸 통합적으로 컨트롤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좀 따로 노는 경향이 있어요. 아예 배제되는 경우도 있고요. 무척 아쉬운 부분이죠. 그게 통합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구를 하고 난 뒤에 가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엄청나게 달라졌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그 가구가 기능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건지 조형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건지에 맞춰서 디자인되면 된다고 생각해요. 가구 자체에 큰 의의를 두기보다는 그런 시각으로 보는 게 가장 정답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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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민 작가 작품 |
최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지금 있는 건축 사무실은 작가 개념의 사무실이라서 설계를 시작해서 납품할 때 보면 가구 디테일까지 모두 설정돼 있어요. 예를 들어 강의실을 설계하는 거라면 의자 설계까지도 저희의 일인 거죠. 기껏 공간을 설계해 놨는데 이상한 의자가 들어오면 속상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사실 사무실의 성격, 건축 비용, 클라이언트 등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긴 해요. 그리고 보통 건축가들이 준공하고 건물을 봤을 때 가장 듣기 좋아하는 소리가 ‘항상 거기 있었던 건물 같다’는 거예요. 편안함을 주는 거죠. 저는 가구도 그런 가구가 좋은 것 같아요.
허 그렇다면 지금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 원목 가구 시장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김 목공방이 굉장히 많이 생겨났다는 게 일단 눈에 보이는 변화인 것 같아요. 기계를 사려고 해도 기계가 없어서 못 살 정도로요. 요즘 쿡방이 트렌드인데, 이런 DIY 공방도 일종의 트렌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 맞아요. 3~4년 사이에 그 수가 무척 많이 늘었어요. 또 하나의 특징은 목공과 전혀 무관한 전공인 분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거예요.
김 먼저 해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전업을 작정하고 체계적인 준비 과정을 거친 경우는 그나마 좀 다행인데, 그냥 나도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으로 뛰어드는 분들이 많은 게 문제라면 문제이지 않을까 싶어요.
박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것도 목공의 저변을 넓힐 기회라는 생각도 들어요. 목가구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좀 낮은 편이잖아요. 목공을 하기 전까지는 저 역시 그랬고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든 목공방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목가구에 대한 접점이 많아져서 목가구 산업에 대한 인식이 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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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아 작가 작품 |
허 그리고 있는 앞으로의 작품 활동 방향을 말씀해주세요.
강 경제활동으로서의 가구와 작품으로서의 가구를 계속할 생각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작품으로서의 가구는 가구라기보다는 조형물에 더 가깝다고 보고 있어요. 가구에 한정하기보다는 기능을 다 무시하고라도 조형물로서의 가구를 만들고 싶어요.
박 저는 그냥 무작정 만들고 싶은 게 많아요. 그려 놓은 의자만 대여섯 개 되고요. 지금부터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려고 해요.
김 주문가구와 전시를 위한 작품 활동을 계속할 것 같아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엔 전시 작품이 주문가구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둘의 경계를 확실히 구분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원래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해서 어떻게 하면 그걸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최 주위에 작가 생활을 하다 생계 문제로 다른 길을 걷는 친구들이 꽤 있어요. 저는 그냥 계속해서 가구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열심히 일해서 건축으로 수익을 내고 가구로 이상을 충족해야겠죠.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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