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익 작가는 ‘포스트휴먼과 사회’에 대한 담론을 융복합 작품으로 풀어내는 아티스트다. 포스트휴먼에 대해 작가는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영원불멸의 생명체라고 말한다. 너무 먼 미래처럼 들리지만, 작가는 생명공학의 유전자조작, 의료용 마이크로 나노로봇의 상용화, 항공우주산업의 우주탐사 등을 예로 들며 이미 그 사회에 진입했다고 말한다.
모기의 비상, 그 너머 복선에 주목하라
민경익 작가의 모기 작품은 ‘Cloning Report - Analog Mosquito USB’ 또는 ‘Digilog Mosquito USB’로 과거, 현재, 미래의 모기들이다. 작가는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포스트휴먼과 포스트휴먼 사회’를 모기 시리즈를 통해 복선 구조로 꾸준하게 풀어가고 있다.
작가가 모기를 선택한 이유는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의 정경유착, 약육강식, 권력 악용과 같은 모습이 흡혈하는 모기와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이어 작가는 “배가 터지도록 욕심껏 흡혈한 탓에 날지도 못하다가 결국 사람 손바닥에 압사 당하는 모습이 타인의 재산 을다 빼앗으려고 권모술수를 부리다 감옥에 가는 사악한 인간의 모습과 교차되면서 모기 작품을 만든 것입니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다른 후보들도 많았지만, 조형성이나 동세의 변형, 스토리의 전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 모기가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민경익 작가는 모기 시리즈를 통해 그 이면에 작용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욕심 같은 내면적 갈등을 표현하고자 한다. 따라서 외형상 보이는 화려한 모기의 모습은 포스트휴먼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진화된 모기다. 그렇게 진화된 생명체이기 때문에 기계적인 금속성의 화려한 아우라가 나타난다. 이는 외형상 보이는 시각적인 이미지로 인간과 자연계의 생물을 완전하거나 변형, 왜곡된 형태로 복제하면서 영속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시대의 DNA가 저장된 모기를 매개로 후대에 다시 부활하고픈 동화 같은 상상을 하며 영원불멸에 대한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터질듯이 흡혈한 모기는 영생에 대한 ‘끝없는 욕망과 욕심’으로 가득찬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암시하는 메타포이기도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민경익 작가는 이탈리아 밀라노 슈퍼스튜디오 피우에서 개최하는 ‘어포더블 아트 페어(Affordable Art Fair)’에 모기 시리즈 2점과 소 작품을 출품할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제작 공정만 따졌을 때 6개월이 소요됐다. 석고틀로 점토 원형을 캐스팅하고 세라믹으로 소성, 컴퓨터 작업으로 금속과 목재 부속품 도면 제작, 부속품 가공, 조립했고 일렉트로닉 장치는 작가가 지닌 기존 노하우를 통해 그대로 장착했다.
민경익 작가는 작업에서 만큼은 완벽주의자다. 작가는 대부분의 작품 제작 과정을 직접 수행한다. 이는 스토리 전개의 논리나, 시각화하는 조형미, 재료를 가공하는 장인적인 솜씨 등에서 완벽하지 못하면 작품 자체가 미완성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의 생각이 반영돼 있다. 작가는 작품 구상 후 계획서를 작성하며,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아날로그스킬이나 디지털스킬, 구조적으로 난해한 작동원리는 두뇌 훈련도 할 겸 직접 터득하면서 적용하는 편이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특수한 경우에만 엔지니어에게 의뢰하면서, 직접 배우거나 동영상 강의를 통해 체득한다고 했다. 또 실패율을 낮추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상의 작품을 제작해 다양한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친다. 1,250℃로 소성된 세라믹은 후가공이 불가능한 탓이다. 사전에 결속 장치나 구조적인 하중의 분산, 구멍의 크기, 개수, 넓이, 두께 등을 미리 정확하게 계산해서 작업한다. 오차가 생길 경우에는 세라믹 소재가 깨지거나, 볼트 너트로 결속을 못 시키고 접착제로 붙여야 하는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민경익 작가는 그가 주목한 ‘포스트휴먼’의 복선 구조를 통해 인간과 모기를 지속해서 표현할 것이다. 그 외의 조연격인 소, 개, 말, 물고기 등 주변의 대상은 스토리 전개상 바뀔 수도 있다. 현재 작가는 포스트휴먼 사회에서 만나게 될 미래형 인간 또는 주변의 동식물을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한 아이디어 스케치와 스토리 북을 작성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최종적인 목표가 있냐는 질문에 작가는 “큰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무병장수, 영생할 수 있는 실제 생물을 복제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능력 밖이라 생명공학자나 의사들의 몫으로 접어두고, 근사치에 가까운 인공지능을 장착해서 완벽한 동작으로 구현되는 모기 시리즈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물론 모기만으로 한정하지는 않지만 제작비가 많이 소요되므로 기업의 후원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또 기술적으로도 더욱 난해한 메커니즘을 풀어야 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에 천천히 풀어가다 보면 당분간은 전보다 조금씩 진보된 작품을 전개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라고 답했다.
통합적인 사고가 가져다준 ‘융복합’의 감각
또 당시 그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마르쉘 뒤샹, 크리스토 자바체프, 콘스탄틴 브랑쿠시, 알렉산더 칼더 등 공예가가 아닌 순수미술가들의 작품과 작가론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순수미술로서의 작품 활동을 더 선호하게 됐다. 그는 공예적인 작업은 과제 때문에 했을 뿐, 하고 싶었던 작업은 수업 외적으로 했다.
“현대예술에서 융복합의 개념은 지난 1952년 존 케이지의 실험 공연에서 시작된 이후로도, 백남준이나 요셉 보이스와 같은 전위 예술가들에 의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오면서 융복합의 개념은 협업의 개념으로 쓰이며, 이종교배적 대안의 의미를 재생산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융복합이 다시금 주목 받는 것은 예전 다다나 초현실 같은 아방가르드 운동처럼 기성문화의 한계에 대한 새로운 기대효과로 미래를 개척할 또 다른 돌파구로서의 필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기 시리즈에는 세라믹과 목재, 금속과 같은 기본 재료에 여러 기술이 더해진다. ‘영원불멸의 영속성과 그 이면에 작용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욕심’을 복선 구조로 표현하다보니 나무의 물성 그 자체가 그리 강조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목재를 사용하는 이유는 설치 미술의 개념으로 작품을 배치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수종을 고를 때는 구조적으로 충분하게 버틸 수 있는 점과 세밀한 표현이 가능한지를 신경 쓴다고 했다.
“일부 작품에는 한옥의 고재(古材)나 폐기 처분되는 가구 등을 재사용했습니다. 강원도 시골을 돌아다니다 철거하는 옛집에서 필요한 목재를 얻거나 도심지 폐가구 수집장, 또는 지인 분들이 사용하다 버린다는 원목 가구를 얻어다 제작했습니다. 이는 영속성을 표현하고자 사용한 것입니다.”
작가가 경계하는 것은 단순히 다른 재료와의 혼합을 융복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었다. 특히 조화 없이 어설픈 결합이나 개념 간의 충돌은 작품의 질적 수준을 낮추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각예술은 조형언어라는 특수한 문자로 하나의 문장을 만들고 글을 만들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문법에 어긋나면 글이 완성될 수 없듯이, 융합시키려는 해당 사물이 지닌 역사성이나 내포하는 의미,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으로 그것들을 적재적소에 결합해 하나의 큰 문장을 만들 수 있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조형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재료를 다루는 완벽한 기술력과 조형감각도 시각예술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민경익 작가에게 작품은 후대에 남기는 하나의 유산이기도 하다. 그는 동시대의 배경이 반영된 작품을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다음 세대를 위해 스스로 반문해 보았으면 한다고 했다. 또 채움과 나눔, 비움의 갈등에서 타자를 헤아리며 실천했던 경주 최부자 가문,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와 이태석 신부 그리고 법정스님과 마하트마 간디 등 무소유 사상을 몸소 실천한 성인들의 정신을 되새겨 보자는 바람이다.
“힘들 때는 경제적인 한계 때문에 오랜 시간 고안해둔 새 작업을 포기할 때입니다. 그리고 가장 기쁠 때는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제작 공정상 구조적인 문제나 기술적인 장벽이 생길 때 제작이 가능하도록 복잡한 메커니즘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풀어낼 때입니다. 또 작품이 계획보다 기대 이상으로 잘 완성됐을 때, 누군가로부터 재료나 제작비를 지원 받을 때, 그리고 국제적인 행사에 작가로 초대될 때 가장 기쁘고 보람도 큽니다.”
융복합은 민경익 작가에게는 단순히 다른 재질의 혼합이 아니다. 융복합예술이야 말로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포스트휴먼과 사회’그리고 그가 되새기고자 하는 ‘무소유’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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