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면 톡하고 움직이는 동물 조각、 제프 소안이 만들어내는 움직이는 나무 조각의 세계

전미희 / 기사승인 : 2026-04-08 22: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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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조각가 제프 소안의 나무는 마치 생명의 씨앗처럼 대지 위의 모든 것을 표현한다. 꽃과 나무, 개와 고양이, 물개 등. 그 모습이 자연스러워 원래 모든 생명체는 실은 나무로 이뤄진 것이 아닐까 착각하게끔 만든다. 등을 쓰다듬으면 기분이 좋아 꼬리를 살랑거리는 물개처럼, 제프 소안이 만드는 조각상은 생동감 있는 움직임을 선사한다.

흔들흔들


제프 소안의 작업은 사진으로만 보아선 절대 그 진가를 알 수 없다. 직접, 또는 영상을 통해 보아야 비로소 그가 어떤 조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잘 다듬어진 조각상이라고만 생각하겠지만, 그가 찍은 영상 속에서 작품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인다. 물개의 경우 등을 쓰다듬으면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면 단단한 나무로 이뤄져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제프 소안은 이처럼 관절로 이뤄진 조각상을 만들어 실제로 살아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작품을 만든다. 사람의 팔과 다리가 따로 움직이듯, 그의 조각상도 저마다의 부위가 따로 제작 되어 움직임을 부여하고 더욱 생동감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 영국에선 움직이는 나무(Wobbly wood) 장난감을 만드는 장인으로 유명한 제프 소안은, 방송뿐만 아니라 신문, 잡지 등 여러 매체에 출연하면서 그만의 독특한 작업물을 세상에 알려왔다. 그가 만든 움직이는 조각상에 사람들은 금세 흥미를 느꼈다. 제프 소안이 이 작업을 시작한 지도 30여 년이 흘렀다. 작은 장난감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누군가에게는 장난감이, 때로는 추억이 담긴 선물이 되기도 하며 두터운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제프 소안은 목공 세계에 발을 들이기 전에는 건축업에 종사하며 평범한 삶을 살았다. 여느 샐러리맨이 그렇듯, 그에게도 매일 똑같은 일상이 되풀이됐고 회의감을 느낄 즈음 고객과의 충돌도 잦아졌다. 나무는 그런 쳇바퀴 같은 일상에 작은 돌파구가 되었다. 80년대 중반, 제프 소안은 칠레에서 현재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작은 장난감 쥐를 만난다. 관절로 이뤄진 칠레 전통 인형은 그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흔들흔들 거리는 쥐를 보면서 제프 소안은 딱딱한 나무에서도 이토록 유연하고 활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매혹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런던 가구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1987년, 그의 집 뒤뜰에는 자신만을 위한 작은 공방이 들어섰다.


시작은 작은 장난감을 만들고 지역 공예 시장에서 판매를 하는 것이었다. 1년 동안 그 과정을 통해 목공예의 기반을 다졌지만, 그가 나무의 매력을 느낀 칠레의 관절 인형과는 관련 없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돌연 그는 처음의 그 신선한 충격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후 탄생한 그의 첫 움직이는 조각상은 흔들거리는 물고기였다. 작은 나사들로 나무 조각을 이어 조각 사이에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나사로 뼈를, 나무로는 근육을 표현하여 진짜 물고기처럼 헤엄치는 동작이 가능하도록 구현한 것이다. 제프 소안의 움직이는 나무는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작품을 계기고 각종 매체에 소개가 됐으며, 단숨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더글라스에서 피어난 악어



제프 소안의 동물은 다양한 수종의 나무로 만들어진다. 동물에 따라 그에 적합한 수종을 사용해 표현력을 극화시킨다.


“스프러스처럼 성장이 빨라 무늬가 아름다운 목재의 경우, 표면을 태웠을 때 더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파충류를 제작할 때는 더글라스 퍼를 씁니다. 그 울퉁불퉁하고 딱딱한 질감을 표현하기에 제격이거든요. 그리고 결이 고운 애쉬는 새의 깃털을 나타내기에 좋은 수종이고요.”

 


때로는 길거리에 산재한 폐목재를 쓰기도 한다. 오랜 기간 사용해 낡은 흔적이 역력한 목재는 동물의 표피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전자레인지에 나무를 말려 포자나 작은 생명체를 만드는데 쓰기도 한다. 좀 더 폭넓은 질감을 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을 연구한다.


그의 최근 움직이는 조각상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나무의 속을 좀 더 좁게 잘라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하거나 또는 이렇게 만든 입체적인 작업물을 캔버스로 옮기는 일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자연을 표현하는 데에 자연에서 온 소재만큼 적합한 것은 없을 테다. 제프 소안 또한 나무의 딱딱한 물성을 뛰어넘어, 동물과 새, 물고기 등 자연의 속성을 나타내고자 한다. 나무에 부여된 유연함이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때론 단순하게, 때론 섬세한 방식으로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사진 Jeff So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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