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는 삶...인생 후반부에 찾은 즐거움

허재희 기자 / 기사승인 : 2026-05-19 21: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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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인 요즘,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20년을 근무하고 이후에 들어간 회사에서도 7~8년을 있었다는 전종배 씨의 이력을 듣는 것은 신선한 일이었다. 그는 토목을 전공하고 토목 건설 현장에 오래 있었다고 했다.

회사는 은퇴 준비 시간을 주지 않는다

5년 전쯤 완전히 퇴직하고 나자 할 일이 없어졌다. 직장생활을 하며 은퇴 후의 삶을 계획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는 50대 초반부터 입버릇처럼 은퇴 후엔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 살 거라고 말했다. 회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던 서울 생활을 그는 뜬구름 같은 생활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사내에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 촘촘하게 짜이는 스케줄과 무거워지는 책임은 그에게 은퇴 후를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결정적으로는 아내가 지방 생활에 반대해 서울에 계속 머물게 됐다.  

 


집이 한강 공원 근처라 오전에 한강 공원을 걷고 집에 돌아와서는 내내 TV를 봤다. 살도 찌고 건강도 나빠졌다. 은퇴 후 일어난 좋지 않은 변화로 걱정하고 있을 즈음 만난 친구가 취미로 목공을 권했다. 처음엔 고개를 저었다. 평생 해본 적도 없고 이제 와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에 겁이 났기 때문이다. 친구는 자신의 주변에 취미나 부업으로 목공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기도 좋고 건강에도 좋더라며 그를 격려했다. 친구의 격려에 힘입어 나들목가구만들기를 찾아 가구를 만든 지 벌써 일 년 반, 그는 목공 덕분에 새로운 ‘제2의 삶’을 사는 기분이라고 했다.

제2의 삶을 산다는 것

토목 일을 하며 설계와 현장 모두를 경험했기에 목공을 하며 가구를 디자인하고 도면을 그리는 건 쉬운 일이었다. 다만 3D 도면을 그리는 프로그램인 스케치업이 생소해 익히기는 기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현직에 있을 때 그는 주로 공장 건물을 건축했다. 계단이 필수적으로 들어가고 선과 면, 각이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었다. 이런 작업의 영향인지 그는 판재보다도 각재를 사용한 작업을 즐긴다.



그의 최근 작업인 등가구들을 보면 이해가 쉽다. 각재를 결구해 선을 긋고 각을 만들면 자연스레 투명한 면이 생긴다. 구조적인 비례를 고려해 중앙에 기둥을 하나 더 두기도 하고 LED 등을 다는 위치를 작품마다 달리한다. LED 등을 감싸고 있는 면은 아크릴판 사이에 창호지를 압축해 만들었다. 불을 켜면 구조를 이루고 있는 웬지 각재와 LED 등의 은은한 불빛이 단아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는 세 개의 등 중 하나가 이동 중 떨어졌는데도 모서리에 흠집만 생겼을 뿐 부서지지 않았다며 짜맞춤 기법의 견고함을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인터뷰 말미에 전종배 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런데 제가 잡지에 나갈 만한 사람인지 잘 모르겠네요. 괜찮을까요?’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목공이 은퇴 후에 즐길 수 있는 좋은 취미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그의 눈빛이 금세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 부분은 제가 확실히 보장할 수 있어요. 은퇴한 후에 할 일이 없으면 누워 있을 때가 많거든요.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목공은 계속 서서 해야 하는 작업이니까 혈액순환에도 좋죠. 요즘엔 만나는 사람마다 건강이 좋아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해요. 또 저처럼 이전엔 전혀 목공을 접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시작을 겁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를 보세요. 70대인 저도 잘 해나가고 있잖아요. 가구를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면서 그전보다 나아지는 기쁨을 누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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