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지구인의 주택난, 나무집이 정답인가요?

육상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4-02-01 21: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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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유명 건축가 마이클 그린(Michael Grean)의 강연이 담긴 짤막한 영상을 인터넷에서 우연찮게 발견했다. ‘우리가 목조 고층빌딩을 지어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가 다소 의뭉스러웠다. ‘고층빌딩’이 풍기는 위압적인 이미지와 ‘목재’가 품은 따뜻함을 한 데 묶은 의도가 썩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이유는 제대로 들어보아야 했다. 자세를 고쳐 잡고 귀를 기울였는데, 웬걸 사태가 긴박하다. 건축가는 이런저런 통계들을 끌고 와서는 강력한 수치를 언급하며, 우리가 처한 전 지구적인 주택 부족 현상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이다.

하나.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한다. 인구는 앞으로 75퍼센트 이상 증가할 것이다.
둘. 전 세계 인구의 40퍼센트에 해당하는 30억 명이 향후 20년 동안 살 새로운 집이 필요하다.
셋. 게다가 도시 거주자 3명 중 1명이 빈민가에 거주하며, 노숙자의 수는 1억 명에 달한다.
넷. 이와 같은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환경 친화적인 목조 고층빌딩을 연구하고 있다.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빠르게 넘기며 상황을 설명하는 건축가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의 의견이 내 가슴을 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들지는 않았다. 어쩐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런 미지근한 반응을 보일 줄 이미 알았다는 듯이 건축가는 또 다른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목조 고층빌딩의 장점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장 큰 주범은 교통수단이 아니라 건설업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절반에 가까운 수치인 47퍼센트를 차지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이 특히 주범이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목조 건물은 콘크리트 건물과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 1입방미터의 목재는 무려 1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하니, 목조 건물을 하나씩 지을 때마다 탄소 저장탱크도 함께 거저 얻는 셈이다. 주택난 해소를 위한 건물을 짓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그나마 최소화 할 수 있는 목재를 사용하자는 요지다. 꼭 목조 건물이 아니어도 좋다. 나무로 된 가구, 나무 장난감, 출퇴근을 위한 나무 프레임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자, 우리 어서 상상력의 날개를 펼쳐 30층 높이의 목조 고층빌딩을 쌓아보자고 건축가 마이클 그린은 다시 한번 강조한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진행되고 있는 그의 목조 고층빌딩 프로젝트는 어린 나무, 크게 성장하지 못한 나무, 작은 나무 조각 등을 한데 모아 거대한 판자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FFTT’라 이름 붙였다. 다양한 두께로 제작된 대형 통나무 판자가 30억 지구인을 위한 새로운 집이 되어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며, 목조 건물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팽배하다. 강연 영상이 끝나고 공은 내게 넘겨졌다. 변화를 꿈꾸는 건축가의 제안을 지지하느냐 아니냐는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몫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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