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뉴웨이브 밴드 버글스(The Buggles)는 1980년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고 노래했다.
일주일 동안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던 이 노래는 라디오의 종말을 고하는 역사적 선언 같았다. 이제 TV를 넘어 스마트폰, 태블릿에 이르기까지 LCD를 장착한 각종 영상 기기들이 실사에 가까운 천연색 영상들을 쏟아내지만 우리는 여전히 라디오를 켠다.
잠 안 오는 새벽 나지막한 디제이의 목소리와 아득하게 들리는 노래 소리는 라디오만이 줄 수 있는 각별한 위로이기 때문이다.
조철기 작가의 ‘The Birth of Natural Radio’는 라디오가 가진 고유한 아날로그 감성에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더한 특별한 라디오다. 이 라디오에는 조작 버튼이 하나도 없다. 라디오의 가장 기본적인 채널 선택과 볼륨 조절 버튼마저 소거해버린 이 라디오를 조작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돌을 얹는 것’이다.
라디오 위에 돌을 얹으면 본체 안에 내장된 전자저울이 돌의 무게를 감지해 채널과 볼륨을 조절한다. 이 놀이와도 같은 작동 방법은 디지털 제품의 조작 행위를 학습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놀이로 치환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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