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

김은지 기자 / 기사승인 : 2022-04-05 10: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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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윤 디자이너 가구

한동안 가구와 공예의 트렌드를 이끌었던 북유럽 디자인이 시들해지고, 다시 한국적인 미감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덩달아 한국성, 그 중에서도 조선으로부터 내려온 전통을 주제로 한 책과 전시, 공간이 많아졌다. 늘어난 볼거리 덕에 숱하게 지나치던 전통의 옆얼굴을 마주할 기회를 얻고 보니, 새삼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호기롭게 전통의 현대화 주제를 다뤄 보겠다고 큰소리를 치고는, 한동안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묻기 바빴다. 장인과 고가구 상인, 디자이너와 공예가, 사진가와 컬렉터…. 여러 번의 질문 끝에 드디어! 알게 된 것은 (사진가 이갑철의 말처럼) 그동안 우리가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어쩌면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맥이 끊어져 어설프게 상업화 되어 버린 것이 우리가 기억하는 전통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기념품숍에서 파는 값싼 공예품들이 전부인 줄 알고, 촌스럽고 고루한 것이라 넘겨짚고 있었던 건 아닐까.

전통에 대한 여러 질문은 답하는 이의 생각과 이해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답변으로 돌아왔다. 변형되기 이전의 순수한 조선의 가구와 소품을 찾아내 향유하는 것이 전통을 제대로 아는 유일한 방법이라던 의견, 조선의 것은 조선에서 끝났으니 전통적인 디자인을 현재에 맞게 변형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 전통 기술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 정신은 유지하되 현대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 모두가 일리 있었지만 진부할 만큼 자주 쓰는 단어를 이렇게나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전통을 모티브로 작업하는 작가들을 만나 왜 그런 작품을 만드는지,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고맙고 다행인 것은, 단지 모티브일 뿐이라도 전통과 한국적인 미감에 대해 관심을 갖는 젊은 작가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전통을 현대화하려고 애쓰기보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대상을 이 땅에서, 오래도록 이어져 온 문화에서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물질로 존재하기 이전에 선조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갈고 닦았을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부터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당신이 잘 알고 있다 여겼을, 하지만 막상 대답할 수 없는 ‘전통’에 관한 것이다. 무조건 예찬하자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었음을 아는 것이면 족하다. 알고 보니 예쁘네? 라고 느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다시 보게 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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