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물들이 제각기 피어오르다보면 멈출 때가 있다. 수직의 불행은 영원히 뻗어나갈 수 없는 물리적 한계성이다. 모든 사물은 수직성이 멈춘 지점에서 조형이 완성된다. 그것은 물질의 반동이고 생명력의 저항이다.
흙은 자기 높이를 설정하지 않는다. 열에 의한 수분의 소멸점에서 자태를 드러낼 뿐이다. 작업자는 그런 과정의 집행자이자 수용자로의 이중성을 지닌다. 결과는 물성이 지배한다. 그런 이유로 작가는 무기력과 투쟁력의 교차점에 주저앉아 있다.
글: 육상수 공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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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작가 노트>
흙은 그 자체로 무게와 저항, 불안정함을 품은 물질이다. 통제할 수 없음은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흙을 밀고 세우기를 반복하는 동안, 중력과 습도, 그리고 나의 개입이 동시에 형태와 표면에 새겨진다.
형태는 과정의 산물일 뿐이다. 나는 매 순간 물질이 지시하는 방향을 감각하는 데 마음을 두기로 한다. 존재가 이미 품고 있으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성은 어떤 순간, 어떤 조건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게 생성된다. 자연물이 저마다의 환경 속에서 움트고 피어나듯이. 나는 그 순간들이 지시하는 형상을 좇는다.
내 작업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다기보다, 그렇게 대상과 나 사이에서 계속된 물음 속에서 가까스로 쥐어지는 단편들이다. 이는 대상을 통해 체험하는 잠재성의 탐색이자, 그 현실화 속에서 선명해지는 자기 감각이다.
평평한 표면 아래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들이 서서히 밀고 올라와 부풀고, 마침내 뚫고 나온다. 또 작은 흙의 파편들이 서로의 무게와 방향에 기대며 뒤틀리고 열려간다. 그렇게 조응하고 저항하며 지어진 몸체는 세계를 향한 손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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