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y of Eidos : 추상을 위한 절대 조형... 류정하 <남은 것들의 척추>

편집부 / 기사승인 : 2026-09-26 00: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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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은 꿈과 상상을 밑천으로 우주를 휘젓고 다니지만 눈을 뜨는 순간, 부산하고 통제된 규범의 현실에 몽상의 생애는 몸서리친다. 현실이란 어떤 사건들과 실제가 생존하는 유・무형의 시공간이다.

갈라진 틈 사이로 침투한 통속적 오열은 집요한 의지로 뼈에 안착한 채 서서히 연골의 티끌까지 모조리 갉아 먹는다. 류정하의 등뼈에 곰팡이 균처럼 퍼져가는 생존의 공식은 척수를 해체하고 뼈를 조각낸 후에야 비로소 공상의 우주를 스크린 위에 펼친다.

사체 위에 포장된 죽음의 그림자만이 진정한 꿈의 실체임을 알아야 하는 사실 앞에, 뼈조차 경악하고 만다.

류정하의 척추는 모든 사물의 추상이 죽음의 그림자를 잉태하고 있음을 온 천하에 공지하고 말았다.

글: 육상수 공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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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하 작가 노트>

 

우리가 먹고 남긴 것,
우리가 세우고 남긴 것,
우리가 간절히 빌고 남긴 것.

형태는 사라져도 그것을 지탱했던 구조는 오래 남는다. 몸이 사라진 자리에는 뼈가 남고, 건물이 세워진 자리에는 기둥과 격자가 숨어 있으며,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은 접힌 종이의 흔적으로 남는다. 나는 이처럼 어떤 존재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들, 그리고 자신의 역할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구조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 작업에서는 이러한 뼈의 감각을 신체 밖으로 밀어내 본다. 먹고 남겨진 동물의 뼈, 반복해서 접힌 종이학, 스스로 서 있으려는 거대한 구조는 서로 다른 물질과 기원을 갖지만 이상하게도 비슷한 몸짓을 취한다. 하나는 다른 하나에 기대고, 이어지고, 매달리며 간신히 하나의 형태를 유지한다. 나는 그 과정에서 뼈를 닮은 것을 만들기보다 뼈가 존재하는 방식을 닮은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여기에서 무게는 반드시 물질의 무게와 일치하지 않는다. 단단하게 소성된 흙은 한때 살을 지탱했던 잔여물이 되고, 가장 가벼운 종이는 수없이 접히고 포개지며 하나의 척추가 된다. 날기 위해 만들어진 학의 날개는 돌기처럼 서로를 밀어내고, 소원을 품었던 몸들은 이어져 공중에 매달린다. 무거운 것은 가벼워지고, 가벼운 것은 오히려 하나의 골격이 된다. 

 


내가 바라보는 것은 결국 완성된 형태보다 형태가 존재할 수 있도록 안쪽에서 버티고 있는 힘이다. 그것은 몸 안에서는 뼈가 되고, 공간에서는 기둥이나 격이 되며, 때로는 기억이나 염원처럼 물질조차 갖지 않은 채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그렇게 서로 다른 몸을 빌려 잠시 모습을 얻는다.

무엇인가를 지탱한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완전하게 서 있는 일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다른 것과 관계를 맺는 일인지도 모른다. 서로 닿아 있으면서도 끝내 하나가 되지 못하는 것들. 그 사이에서 형태는 잠시 서 있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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