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관 목수노트] "정말, 당신은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칼럼 / 김윤관 / 2020-03-04 01: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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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목수의 의미
목수와 시간과의 관계
불안과 확신이 교차하는 직업

  

 

 (프롤로그)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하면 직업목수로서 자리 잡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목수학교를 재개하면서 상담을 하러 온 분들에게 공통적으로 듣는 질문이다. 실망스럽겠지만, 솔직한 내 대답은 ‘모르겠다’이다.

한국은 아직 목가구 시장이 안정적으로 조성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가늠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 대부분의 목수들이 안정화에 실패하며, 소수의 성공 케이스도 과정과 방식이 모두 다르다. 상담을 오신 분이 어떤 배경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나는 그분들이 직업목수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없다. 안착 여부를 알 수 없으니 소요기간은 더욱 알 수 없다.

그런데 그것보다 내가 더 모르겠는 것은 과연 그분들이 정말 ‘열심히’ 할 것인가,이다. 사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열심히’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에서의 ‘열심히’라는 말을 믿지 못한다. ‘열심히’는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적성, 그리고 구체적 행위 속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확신이 생길 때에만 비로소 지속적인 ‘열심히’가 가능하다.

‘열심히 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목공을 시작한 사람들 중 아주 많은 이들이 중간에서 그만두었다. 지금까지 목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잘 모르겠다’며 시작한 경우가 더 많다. 나 역시 이 길에 들어설 때 ‘열심히 하겠다’거나 ‘목수로서 성공하겠다’는 결심은 전혀 없었고, 그저 ‘직장생활은 도저히 더 이상 못하겠으니 일단 배워나 보자’라는 생각이었다. 목공을 배울 때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거의 매일 공방을 나오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나는 일주일에 하루뿐인 수업시간에만 목공을 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 목수학교의 수업방식은 내게 맞지 않아 목공에 크게 흥미가 생기지도 않았다.

막상 내가 ‘열심히’ 하게 된 것은 목수학교를 마친 이후였다. 그 무렵 여러 이유로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된 나는 어느 목수의 공방에서 월세를 함께 부담하는 조건으로 목공을 이어가게 되었다. 일 년간 목수학교를 다녔지만 목공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처음에는 그냥 머리도 복잡하니 가서 소일이나 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다 보니 무언가 ‘보이는 게’ 있었다. 보이는 게 있어 더 깊게 하다 보니 목공이 좋아지기까지 했다. 어느새 나는 거의 매일 밤을 새며 목공을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몇 년 동안 목수로서 꽤나 혹독한 수련기간을 보냈다.

| 하다보면 보이는 것

| 미래는 실행하는 과정의 결과

| 많은 질문, 단 하나의 답


내가 어떻게 그 힘든 수련기간을, 심지어 ‘열심히’ 하면서 버텼는지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하다 보니 보이는 게 있었고, 좋아지는 게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저절로 열심히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열심히’라는 덕목은 능동적으로 선택 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할 대상에 의해 선택되고 주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석 달에 두세 번 정도는 ‘열심히 할테니 월급도 필요 없고 일만 배우게 해달라’는 메일을 받는다. 무작정 공방으로 찾아와 마치 영화처럼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죽을만큼 열심히 할테니 딱 3년만 일하게 해주십시오. 밥만 사주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청년도 있다. 그 눈빛과 태도에 설득 당해 실제로 받아보기도 했지만, 2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그들의 마지막 말은 대개 “아무래도 목수로 먹고 사는데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이다. 

 

10년 넘게 목수로 먹고 살고 있는 나는 불과 2개월 동안 목공을 한 그들의 ‘선고’ 앞에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한다. 그들은 열심히 했다. 하지만 목수의 일에서 적성과 희망을 찾지 못했기에 그들의 열심히는 지속되지 못했다. 목수가 2개월 만에 파악할 수 있는 직업인지와는 별개로 시작하기 전의 ‘열심히’라는 전제는 길어야 2개월의 유효기간을 갖는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목수를 희망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목수’가 하는 일은 좋지만, 목수라는 직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망설이며 시작도 하지 못하는 분들이 자주 본다. 그분들은 누군가를 찾아가 아직 시작도 해보지 않은 일의 미래에 대해 묻는다. 


미래는 실행하는 ‘과정’에서 예측가능하고 형성되는 것이다. 시작의 문 앞에서 서성이며 가늠할 수 있는 미래는 없다. ‘열심히’라는 결심과 전제만 있을 뿐 시작도 하지 않은 분들에게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제가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제가 열심히 하면 혹시 선생님 공방에서 스탭으로 일할 수 있습니까?”
“제가 열심히 하면 1, 2년 안에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나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열심히 하는 과정 중에서만 무언가 보이고, 그것을 통해서만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는 사실 뿐이다. 열심히 한다면, 그 과정에서 유용한 조언도 도움도 강구해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모르겠는 것은 다시 말하지만, 정말 그분들이 ‘열심히’ 할 것인가이다. 

그래서 저 질문들에 대한 나의 답은 늘 하나일 수밖에 없다.

“당신에게 확실한 미래를 약속하는 곳이 있다면 당장 그 일을 시작하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관심을 가진 일을, 그것이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십시오. 미래나 불안, 확신 같은 단어는 잠시 접어 두십시오. 당신이 과연 열심히 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몇 달 후, 몇 년 후에도 여전히 지금과 똑같은 상태일 것입니다.”

김윤관(김윤관목가구공방 & 아카데미 대표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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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목수를 위한 <김윤관목수의 목수노트>가 총 7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프롤로그 - "정말, 당신은 ‘열심히’ 할 수 있습니까?"
① 일 년 그리고 직업목수가 된다는 것
② 목수를 둘러싼 몇 가지 오해들 

③ 직업목수가 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에 대하여
목수의 ‘직업’ 유형에 대하여

직업목수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⑥ 목수는 어떤 직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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